은행은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

▲ 은밀한 설계자들 = 클라이브 톰슨 지음, 김의석 옮김.
기술·과학 전문 저널리스트가 프로그래머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며 우리의 삶과 행동 방식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야기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팔, 구글, 스냅챗, 드롭박스 등 전 세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프로그램에 관여한 프로그래머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삶과 생각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

또 이 프로그램들이 현대인의 생활 패턴과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통계 자료들, 역사와 사회학, 행동경제학의 제반 연구들, 흥미로운 일화들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가 보기에 프로그램들이 만드는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온라인에 퍼져 있는 기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된 인공지능(AI)은 인간과 같이, 혹은 일반인들보다 더한 편견과 차별을 학습한다.

그래서 백인보다 흑인의 죄를 더 무겁다고 판단하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대출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프로그래머가 만든다.

그래서 그들이 중요하다.

프로그래머는 젊고 컴퓨터에만 빠져 다른 것은 관심이 없는 백인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과 성별, 연령의 사람들이어야 하고 어떤 이보다 윤리적인 문제에 민감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프로그래머를 제대로 알고, 그들에게 이런 자질을 가지라고 요구하며 또 감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빛비즈. 656쪽. 2만5천원.
[신간] 은밀한 설계자들·시장의 기억
▲ 시장의 기억 = 이태호 지음.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자본시장의 역사를 33개 대사건을 쫓아가는 형식으로 풀이한다.

가능한 한 딱딱한 전문용어와 복잡한 수치를 배제하고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읽기 쉽게 구성하되 정확성과 객관성을 잃지 않고 제대로 된 교훈을 도출하기 위해 일일이 출처와 원본을 확인하고 책에 쓰인 것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자료를 소화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 쌀 선물시장의 흥망에서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설립, 국채파동과 증권파동, 1992년 자본시장 개방,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2008년 국제금융위기와 주가 대폭락을 거쳐 코로나 19 사태 이후 사상 초유의 0%대 금리까지 자본시장의 결정적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 사이사이에 박정희 정권 아래 이른바 '4대 의혹사건', '7공자 사건', '무등산 타잔 사건', 현대그룹 '왕자의 난', '미네르바 신드롬', 비트코인 광풍 등 '비하인드 신'도 다룬다.

어바웃어북. 392쪽. 1만8천원.
[신간] 은밀한 설계자들·시장의 기억
▲ 은행은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 = 조붕구 지음.
피해 기업만 해도 900개가 넘는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가 왜 생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았는지를 피해 당사자인 기업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

저자는 단돈 250만원으로 창업한 회사를 10년 만에 60여개국 거래처를 대상으로 연 350억원대 글로벌 연결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중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 상품이라는 은행의 설명만 듣고 의심 없이 키코에 가입한 것이 창업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추락한 계기가 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태 이후 거리로 나서 싸워야 했다.

대형 로펌을 등에 업은 은행과 싸우기는 쉽지 않았고 지난했던 싸움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오류와 모순투성이'의 판결로 끝나고 만다.

그러나 저자에게 대법원 판결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10년이 넘는 투쟁 기간 탐욕스러운 금융 자본가들의 천국인 대한민국의 민낯을 봤기 때문이다.

저자는 키코 사태를 제대로 정리해야 좀 더 공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한 번 실패했다고 해도 다시금 일어날 수 있는 사회가 돼야만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한국재도전연합회 등을 조직해 이끌고 있다.

시공사. 288쪽. 1만6천원.
[신간] 은밀한 설계자들·시장의 기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