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흑백판.
오는 29일 개봉하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흑백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 차례 개봉을 연기한 상업영화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일 영화계에 따르면 박신혜·전종서가 주연한 ‘콜’, 신혜선·배종옥 주연의 ‘결백’, 송지효·김무열 주연의 ‘침입자’ 등이 마케팅 비용을 상당액 지출한 상태에서 개봉일을 여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관객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봉하더라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최근 국내 영화관 전체 평일 하루 관객은 2004년 집계 이후 최저인 1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4월 말부터 5월 초로 이어지는 황금 연휴를 겨냥해 과감하게 개봉 전략을 채택하는 영화배급사가 나타났다. CJ ENM은 8일 ‘기생충’ 흑백판을 오는 29일 개봉하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흑백판은 당초 2월 말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졌다. 해외에선 이미 개봉해 다음달부터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가 시작된다. 이 때문에 국내 개봉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울러 한국 영화 신작 부재로 관객이 갈수록 더 줄어드는 상황도 고려했다. 지난 주말 한국 영화의 외화 대비 점유율은 신작 부재로 사상 최저인 7%대로 떨어졌다.

CJ ENM은 이달 말 애니메이션 ‘요괴워치’ 극장판도 함께 개봉한다. CJ ENM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상반기에 ‘도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여름에 ‘영웅’을 개봉하기로 라인업을 짜놓았다”며 “코로나19 상황 등에 따라 개봉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지만, 가급적 매월 신작을 개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영화들은 개봉을 정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영화계 관계자는 “중급 규모의 한국 영화 신작을 한 편 정도는 개봉해서 물꼬를 터줘야 하는데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