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래와 세계관 변화 다룬 책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18세기의 산업혁명은 인류 역사에서 대변혁이었다.

신기술 덕분에 공장의 생산성이 전에 없이 높아졌다.

종전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많은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자동화는 일자리를 없애리라는 불안 때문에 노동자들의 항의와 반대를 불러일으켰다.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Luddite)'이 그 대표적 사례였다.

자동화에 불안을 느낀 사람은 노동자와 정부뿐 아니었다.

경제학자들도 자동화의 위협을 심각하게 여겼다.

1930년에 '기술적 실업'이라는 말을 맨 처음 퍼뜨린 학자는 영국의 존 케인즈였다.

하지만 신기술이 경제적 피해를 미칠까 걱정했던 불안은 대부분 섣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자들이 한때 신기술에 밀려난 건 사실이나 대다수는 새로운 일을 찾았다.

기술 변화는 일의 양뿐 아니라 본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결과적으로 파이가 이전보다 훨씬 커진 것이다.

기술 빅뱅 시대…"핵심은 분배와 삶의 의미다"
기술 빅뱅 시대…"핵심은 분배와 삶의 의미다"
시대는 바야흐로 첨단 로봇 시대다.

오늘날 우리는 미래에 '일자리'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 걱정하곤 한다.

비관론자들은 '로봇'이 일자리를 독차지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이 딱히 생산적인 일거리가 없어 빈둥거리는 세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낙관론자들의 시각은 다르다.

자동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곳에서 실업률이 낮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일자리가 모조리 사라지는 미래를 두려워할 근거와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일자리만 따지는 사고방식은 전체 상황을 담아내지 못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대니얼 서스킨드는 저서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로 일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통찰한다.

그는 오늘날 존재하는 많은 일자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아직 상상하지 못한 일자리를 포함해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단기적으로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으나 이를 보상하기에 충분한 일자리들이 새롭게 창출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기적으로'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점. 게다가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가진 집단과 못 가진 집단 사이의 빈부 격차가 전에 없이 커진다.

이에 저자는 "미래의 과제는 부를 공정하게 분배하고, 급증하는 빅테크를 제약하며, 더 이상 일이 아닌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라고 역설한다.

빈곤과 풍요가 극과 극으로 나뉘어가는 시대 상황에서 분배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물론 그 역할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저자는 "정부가 맡을 역할은 생산이 아니라 분배"라면서 "이는 전체주의와 독재국가로 가는 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파이를 나눠 갖도록 정부가 보장하자는 뜻"이라고 덧붙인다.

지금까지의 복지 정책은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며 국민이 일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탄력을 주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자리가 없는 계층이 이전보다 훨씬 확대될 것이므로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통 자본의 보유처를 투명하게 파악하고, 신기술을 독점한 소수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

예컨대,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기업을 더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개개인의 데이터와 신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은 쉽게 독점력을 가질 수 있다.

저자는 이와 관련한 과거의 사례로 존 록펠러를 든다.

그가 1870년에 세운 미국의 거대 기업 스탠더드 오일은 1882년 미국 석유 생산의 90%를 장악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이 같은 지배력을 끝냈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이 대기업의 정치적 힘에 사유화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감독할 수 있는 기관은 정부밖에 없다.

다가올 세계에는 분배 정의, 즉 사회의 재원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더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이번 책은 일의 미래를 둘러싼 기존의 왜곡된 주장들을 반박하고, 21세기에 기술적 실업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설명한다.

그리고 일자리가 줄어든 세상 때문에 생기는 다양한 문제를 풀어나가고 정부, 기업,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일러준다.

특히 "일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왔던 지금까지의 세계는 끝났으며, 그저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사느냐'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삶의 의미를 '직업'에서만 찾던 근시안적 시각을 버리고, 일이 없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목적의식을 일 말고도 다른 곳에서 확실하게 찾아야 함을 신중하게 고민하자는 얘기다.

김정아 옮김. 와이즈베리. 388쪽. 1만8천원.
기술 빅뱅 시대…"핵심은 분배와 삶의 의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