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국악원의 ‘설장구춤’ 공연을 8K 고해상도로 촬영한 가상현실(VR) 영상 장면.  국립국악원 제공
국립민속국악원의 ‘설장구춤’ 공연을 8K 고해상도로 촬영한 가상현실(VR) 영상 장면. 국립국악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 공연 대신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공연장이 늘면서 무관중 공연에 고화질 촬영·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하는 등 중계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19일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해 VR 공연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나위와 같은 기악, 승무 부채춤 장구춤 등 전통무용, 판굿과 사물놀이 등 연희와 창극, 씻김굿 등 37가지 레퍼토리를 갖췄다.

모든 콘텐츠는 8K 고해상도로 촬영했다. 360도 전 방향에서 촬영해 공연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데다 근접 촬영 방식도 활용해 연주자의 손끝이나 무용가의 세세한 동작까지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어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올라 공연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상모를 돌리며 화려한 기술을 뽐내는 개인 놀음 ‘열두발 상모’, 망자의 영혼을 달래주는 ‘씻김굿’ 등은 객석에서 바라보던 것과는 다른 생동감을 전해준다.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전통예술과 최신 기술의 만남으로 새로운 방식의 국악 감상 환경을 제공한다”며 “앞으로 고궁이나 자연경관이 좋은 외부에서 VR로 촬영하는 것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아트센터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무관중 공연을 VR로 제작해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21일 경기팝스앙상블 콘서트에 이어 오는 31일 경기도무용단 공연을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의 VR 생중계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 손가락을 대고 끌거나 손에 든 기기를 움직이면 화면 속 시선도 따라 움직여 무대가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LG유플러스 5G 이용자들은 전용 앱을 통해 VR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경기팝스앙상블 콘서트는 VR 카메라가 무대 위에 설치돼 연주자들 사이에 서 있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느끼게 했다. 승려들이 참선을 하다가 목적 없이 한가로이 들이나 뒷산을 걷는 산책을 일컫는 말인 ‘포행(布行)’을 키워드로 펼쳐지는 경기도립무용단의 무대는 움직임이 많은 공연 특성상 카메라가 관객석에 설치된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미리 제작한 콘텐츠가 아니라 생중계 공연을 5G 기반으로 VR 서비스하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며 “이번 VR 공연은 4K 고화질로 180도 방향에서 촬영한다”고 설명했다. VR 서비스와 별도로 이들 공연은 경기아트센터와 경기도 공식 유튜브 채널 등에서 생중계한다.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된 예술인이나 예술단체의 무관중·온라인 공연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등장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취소된 대관공연과 ‘공연예술분야 피해 상담창구’를 운영 중인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추천한 작품 중 열 편을 선정해 온라인 생중계로 공연을 올리는 ‘힘내라 콘서트’를 연다. 최대 3000만원의 공연 제작비 및 촬영과 중계에 필요한 장비 등을 지원한다. 다음달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네이버 TV 공연 라이브’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