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추격전, 통쾌함과 충격 주고 싶었죠"
김용완 감독 "'방법'은 사람들 무관심 속 항상 일어나는 것"
"상황을 역전시키는 통쾌함을 주고 싶었고 오히려 이 모든 잔인한 행위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에서 함으로써 충격을 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잔인한 증오, '방법'은 이렇게 많은 사람의 무관심 속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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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방법' 8회의 지하철 신(scene)은 한국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든 명장면이었다.

극 중 백소진(정지소 분)은 임진희(엄지원)를 납치해 죽이려는 무당 진경(조민수)을 2호선 신도림역으로 유인한다.

소진은 진경 일당과 열차 안에서 추격전을 벌이다가 그를 '방법'(謗法)하는 데 성공하고, 진경은 온몸이 뒤틀린 채 눈과 입에서 피를 흘리며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김용완 감독 "'방법'은 사람들 무관심 속 항상 일어나는 것"
최근 종영한 드라마 '방법'의 연출을 맡은 김용완 감독은 19일 서면 인터뷰에서 지하철 추격전 연출과정에 대해 "외부는 실제 신도림역에서 촬영했고, 내부는 세트였다.

12시간 만에 신도림역 광장에서부터 개찰구, 플랫폼까지 촬영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는데 스태프가 훌륭히 진행해줘 가능했다"면서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숨어 살던 소진이 진경을 퇴근 시간대 신도림역으로 불러낸 것에 대해 "소진이 인파가 많은 곳으로 진경을 유인한 것은 악귀로서 각성한 부분인 동시에 잔인하고 과감한 방법사로서 발전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방법을 하면 그 순간은 세상에 소진과 방법 당하는 대상만 남겨지게 되는데, 소진은 진경의 손가락을 잡고 방법을 걸며 낮은 자세에서 서서히 일어나요.

반대로 진경은 서 있다가 자세가 점점 낮아지고요.

각자의 위치가 바뀐 순간, 소진은 과거 진경이 엄마에게 내뱉은 '이렇게 기운이 약하신데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셨을까?'라는 말을 합니다.

결국 상황을 역전시키는 통쾌함을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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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완 감독 "'방법'은 사람들 무관심 속 항상 일어나는 것"
'방법'은 한국 드라마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은 오컬트 장르를 토속신앙으로 재해석하며 전면으로 내세웠다.

자칫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지만 이야기꾼 연상호 감독의 대본과 김 감독의 파격적인 연출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1회 마지막에서 중진일보 부장 김주환(최병모)이 거대한 힘에 눌려 사지가 뒤틀리는 장면은 일본 공포만화를 보는 듯 충격적이었다.

"매체 특성상 잔인한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됐지만, 제작사에서 작품성을 최대한 보존하는 범위 내에서 많은 부분을 허용해 줬어요.

단순히 엽기적인 이미지로 충격을 주는 것보다 이 정도의 절충적인 묘사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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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그러면서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고 공포 영화 같은 장르적 성취감만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음산한 기운과 상상력으로 '이후 상황이 더 궁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김용완 감독 "'방법'은 사람들 무관심 속 항상 일어나는 것"
'방법'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굿 장면이다.

배우 조민수가 실제 무속인처럼 굿을 하고 북을 두드리며 역살을 날리는 모습은 TV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여실히 느껴졌다.

김 감독은 "조민수 배우에게 '진짜 프로는 저런 거구나'라는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 어려운 과정을 굿 연습, 액션, 의상, 메이크업 등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않고 대충하지 않으셨어요.

굿 장면에서 마지막에 쓰러지시면서도 제 손을 잡고 '잘 나왔어요, 감독님? 만족스러워요?'라고 물어보셨을 때 눈물이 났습니다.

그런 순간을 만들어 주신 조민수 배우께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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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챔피언'을 연출한 이력이 있는 김 감독은 드라마와 영화의 비교에 대해 "결국 글을 영상화하는데 각 분야의 장인들과 함께 만들어낸다는 과정은 같다"고 했다.

"다만 영화보다 더 많은 분량을 적은 회차에 소화해야 한다는 점, 방송에 대한 반응이 실시간으로 오는 점이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매우 즐거운 작업이었고 이후 어떤 장르더라도 또 도전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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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