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위로·친밀한 성범죄자

▲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 신재민 지음.
유튜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민간기업에 대한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과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한 청와대 외압 의혹'을 폭로했던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당시 미처 하지 못한 말들과 관련 자료를 책에 담았다.

저자는 2018년 3월 KT&G 사장 연임에 국가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보고서를 방송에 제보했다가 기재부의 반박과 청와대 감찰에 직면하자 좌절감과 죄책감을 느껴 기재부를 그만두고 자신의 신상을 드러낸 채 이들 의혹을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기재부의 고소·고발과 청와대, 여권의 집중 공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는 홀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들어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청와대가 또 하나의 강력한 정부 역할을 함으로써 행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시스템은 여전하다고 주장한다.

또 기재부에서 근무할 때 국회 대응 업무를 하면서 지켜본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고발한다.

그가 본 국회의원들 가운데는 동일한 정책에 대해서 정치적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가 하면 로비스트나 다름없는 행태를 보이고 법률안을 살피지도 않고 심사하거나 공무원을 사적으로 부려먹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밖에 한때 동료였던 행정부 공무원들과 언론의 문제점과 정부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의 근본적 결함, 특히 재정관리와 예산관리, 채무관리의 맹점을 고발한다.

유씨북스. 368쪽. 1만8천800원.
[신간]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 야생의 위로 =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동식물과 광물, 지질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이며 디자이너이자 창작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연이 주는 위안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저자는 어느 봄날 강렬한 공포와 참을 수 없는 무기력을 느끼며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가 '어디에 가면 가장 효율적으로 죽을 수 있을지'만을 생각하며 폭주했다고 한다.

남은 것은 절망과 죽음밖에 없다고 느꼈던 그에게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새로 자라나는 조그만 묘목이 보였고 연한 초록빛의 잎사귀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초봄의 햇살과 신록이 죽음을 향해 치닫는 감정의 폭풍을 진정시켰고 사라진 줄 알았던 마음의 온전한 부분, 자연에서 치유를 구하는 뇌의 일부분이 깨어났다.

다시 의사를 만나 회복의 여정을 시작한 저자는 가을에서부터 겨울을 견뎌내고 새싹이 움트는 봄과 뜨거운 여름을 지나 다시 가을로 돌아오기까지 1년간 자연과 계절의 변화뿐 아니라 감정의 변화까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겼고 그것이 이 책의 뼈대가 됐다.

저자는 단순히 자연의 치유 능력을 예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인간의 심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생화학과 신경과학의 연구를 인용하며 숲이나 바닷가 혹은 공원을 산책할 때 느끼는 감정 변화를 뇌 내의 화학작용과 호르몬의 변동에 대입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산책과 야생 동식물 관찰이 시시때때로 덮쳐오는 우울과의 일상적 전투에 강력한 우군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푸른숲. 272쪽. 1만8천900원.
[신간]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 친밀한 성범죄자 = 안병헌 지음.
지금까지 성범죄자 300여 명을 만나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 지원 활동을 해온 현직 보호관찰관이 성범죄 및 성범죄자의 특성과 이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안내한다.

실제 성범죄가 일어난 장소와 시간,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태 등을 소개하면서 여러 상황별로 대처 방법을 조언한다.

예를 들어 귀여운 강아지를 내세워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뒤 인적이 드문 곳이나 자기 집 같은 곳으로 유인해 성폭행하는 것은 성범죄자들의 고전적인 수법 가운데 하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 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낯선 이에게 함부로 만지게 하지 않는다.

"강아지 만져보겠느냐"면서 접근하는 사람은 의심하는 것이 좋다.

빈집이나 재개발 예정지는 성범죄자들이 범행 장소로 선호하는 곳이다.

이런 곳은 지나다니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다면 가족들에게 연락해 마중 나오게 하거나 둘 이상이 함께 다니는 것이 좋다.

늘 일정한 시간에 이런 곳을 지나가면 범죄자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가능한 한 이를 피해야 한다.

노출증 환자, 일명 '바바리맨'을 만나면 당황해서도 안 되고 조롱하거나 비난해서도 안 된다.

양쪽 다 범죄자를 자극해 폭력성을 드러내게 할 수 있다.

침착하게 사람이 많은 곳으로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저자는 신종 마약, 불법 촬영, 성범죄 등의 통계를 들면서 "대한민국은 절대 안전하지 않으며 누구도 범죄 피해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고 경고한다.

또 성범죄자들이 의외로 평범한 이웃이며 인상이 좋고 가족과 애인이 있으며 친절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겉모습만 보고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슬로디미디어. 244쪽. 1만4천800원.
[신간]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