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예배 하는 교회에 주민·지역구 총선후보 찾아와 항의하기도
코로나19에 대형교회들 '온라인 예배'…일부는 현장예배 강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많은 서울 시내 대형 교회들이 15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다만 일부 교회들은 정부·지자체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성결교회 정문에는 '모든 예배는 온라인 예배와 가정예배로 대신한다'는 내용의 출입 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평소라면 일요일 예배에 참석하러 온 신도들로 붐빌 시간이었지만 교회 내부는 한산했다.

예배 영상 촬영을 위해 나온 목사와 일부 장로·신도 등 30명가량만 예배당에 있었다.

임효완(36) 서울성결교회 목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1일부터 온라인 예배와 가정 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평소 주일에는 250명 정도가 예배에 나왔다"며 "아침 예배를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신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링크를 보낸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성동구 왕십리교회도 '2월 29일부터 3월 28일까지 출입문을 잠정 폐쇄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굳게 닫혀 있었다.

교회 관계자는 "토요일 오전에 목사와 장로, 교회 직원들만 나와 예배를 미리 녹화해 올려 둔다"며 "신도들에게는 '주일에 가정에서 시간에 맞추어 예배를 보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기로 하고 이날 예배당을 폐쇄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이를 모르고 온 신도들을 돌려보냈다.

신도 현모(71) 씨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하길래 예배를 진행하는 줄 알고 왔다.

택시비를 만원 넘게 썼는데 들어가지 못하게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신도들은 "십일조만 하고 가면 안 되냐"며 자원봉사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대형교회들 '온라인 예배'…일부는 현장예배 강행
반면 일부 교회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현장예배를 강행했다.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는 입구에 열감지기를 설치하고 들어오는 신도들의 발열 상태를 체크했다.

신도들은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일행끼리는 같이 앉아 있었지만, 혼자 온 사람들은 서로 간격을 둔 채 띄엄띄엄 자리에 앉았다.

성가대가 앉는 자리도 3분의 1 정도만 차 있었다.

교회 관계자는 "현장 예배 중단 여부는 아직 지켜보고 있다"며 "매주 토요일마다 교회 건물을 방역하고 입장하는 교인들의 열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도 이날 오전 입구에서 교회 관계자들이 아는 신도들만 입장시키는 등의 절차를 거쳐 현장예배를 진행했다.

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우려로 오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어 자동차 번호나 얼굴만 봐도 교인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회의 현장예배 강행 방침에 반발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간이 방역복을 입은 지역 주민 약 15명은 교회 측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소독약 분사기를 들고 인근 도로를 방역했다.

수궁동 주민자치위원장 정모(73) 씨는 "최근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더 불안한 상황에서 여기까지 터지면 걷잡을 수 없다"며 "서울시의 예배 중지 권고를 따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구로구갑 이호성 후보도 연세중앙교회 앞에서 '주민들이 불안해합니다.

예배당 예배를 중단합시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그는 "구로구 대형교회 4곳 중 이곳만 예배를 강행한다"며 "주민들이 예배 중지를 원하는 만큼 이를 중단하게 하고자 나왔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대형교회들 '온라인 예배'…일부는 현장예배 강행
이 밖에 전광훈(64·구속)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도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주일 연합예배'를 열었다.

한편 코로나19 예방 조치로 미사를 중단한 서울 중구 명동성당은 개인 기도를 하러 찾아오는 교인들을 위해 대성당만 임시 개방했다.

영등포구 대림동에 사는 신도 김모(54) 씨는 "지역에 있는 성당도 미사를 중단해 명동까지 왔는데, 여기도 미사를 안 드려 기도만 드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매주 일요일 여는 법회를 오는 20일까지 중단한 서울 종로구 조계사도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러나 일부 신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입구에서 체온을 잰 뒤 경내에 들어가 예불을 올리거나 탑 주변을 돌며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