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뒷맛] '냉이 파스타' 인기 급상승…봄나물 파스타 즐기려면
냉이 파스타가 최근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요즘 유행인 냉이 파스타를 해 먹어 봤다"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초봄에 대표적 봄나물인 냉이를 많이 먹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올해는 파스타 재료로 인기를 끈다는 점이 특이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밥을 먹는 빈도가 늘면서 무언가 색다른 메뉴를 찾게 된 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400번 이상 저어서 만든다는 일명 '달고나 커피'가 요즘 갑작스레 유행한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나물 파스타에는 단순히 특이한 음식을 찾는다는 의미를 넘어 만물이 소생하는 봄기운이 담긴 음식을 먹음으로써 감염병 공포가 일상을 지배한 이 시기를 무사히 넘겨보자는 생각도 깃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봄나물은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된 음식 재료로 알려져 있다.

'나물'이라는 이름부터 지극히 한국적인 재료와 이탈리아 음식인 파스타의 결합이라니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서양 본토 파스타에도 비슷한 종류가있다.

나물 파스타가 전혀 근본 없이 창작된 '괴식'은 아니란 소리다.

서양에 나물이라는 개념은 없지만 독특한 향을 가진 잎채소를 파스타에 넣는다.

대표적 재료에는 루콜라(영어로는 로켓 또는 아르굴라)라고 하는, 열무와 비슷한 쌉쌀한 풍미를 가진 잎채소가 있다.

[입맛뒷맛] '냉이 파스타' 인기 급상승…봄나물 파스타 즐기려면
잎맥이 빨갛거나 노랗고 쓴맛이 나며 근대(채소)와 비슷한 스위스 차드라는 잎채소도 파스타에 넣어 먹는다.

봄철에 나는 아스파라거스도 즐겨 쓰는 재료 중 하나다.

유명 쉐프의 레스토랑 메뉴 가운데서도 나물 파스타와 비슷한 조리법을 쓴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이탈리아 요리사로 평가받는 마리오 바탈리는 우리나라에선 녹즙으로 즐겨 먹는 케일 잎을 끓여 '라구'라고 부르는 걸쭉한 소스로 만든 파스타를 선보였다.

우리는 '원조' 스타일에서 즐겨 쓰이는 루콜라나 케일 대신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나물을 자신 있게 넣으면 되는데, 무작정 투하하기보단 약간의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향이 은은한 나물의 경우 토마토나 크림보다는 오일을 기본으로 한 소스가 어울린다.

나물 향이 토마토나 크림에 가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냉이나 세발나물, 취나물, 유채 순, 방풍나물, 두릅, 엄나무 순, 참죽나물(가죽나물) 등이 오일 베이스에 어울리는 나물에 꼽힌다.

나물 자체 향이 강하면 크림 맛과 향에 밀리지 많을 뿐 아니라 크림과 어우러져 더욱더 깊은 풍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고사리, 곤드레, 깻잎 순 등 나물이 이에 속해서 오일보다는 크림 파스타로 자주 만든다.

냉이나 취나물 등 향이나 맛이 세지 않은 나물로 오일 파스타를 만드는 과정은 마늘을 주재료로 한 파스타 '알리오 올리오'를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팬에 올리브유를 많다 싶을 만큼 넉넉히 두르고 너무 뜨겁지 않게 달군 뒤 얇게 썬 마늘과 페퍼론치노(말린 이탈리아 고추)나 굵은 고춧가루를 약간 넣어 향을 낸다.

페퍼론치노나 고춧가루는 일반 파스타를 만들 때보다 적게 넣는다.

나물의 섬세한 향이 매운맛에 가려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여기에 나물을 넣어 살짝 볶는데, 다 자란 냉이, 방풍나물, 두릅 등 생으로 먹기 억센 나물은 미리 끓는 소금물에 한 번 데쳤다가 넣는다.

어린 냉이, 세발나물, 취나물, 유채 순처럼 조직이 여린 잎은 데칠 필요가 없다.

[입맛뒷맛] '냉이 파스타' 인기 급상승…봄나물 파스타 즐기려면
소금, 후추로 간하고 완성된 나물 소스에 미리 삶아둔 파스타를 넣고 섞으면 향긋한 오일 파스타가 완성된다.

나물 향 외에 추가로 풍미를 주려면 안초비(이탈리아식 멸치 절임)나 잘 해감한 바지락. 새우 살 등을 마늘과 고추를 볶고 나서 넣어줄 수 있다.

고사리, 곤드레 등 향이 진한 나물로 크림 파스타를 만드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일 파스타를 만들 때보다 적은 양의 올리브유나 버터를 팬에 넣고 마늘, 페퍼론치노 등을 볶다가 데친 나물을 넣고 생크림을 부어 크림소스를 만들면 된다.

나물 크림소스 파스타에는 표고버섯이나 양송이 등 버섯류가 부재료로 어울린다.

오일이나 크림 파스타 모두 파르메산 등 치즈를 적당량 올려 먹으면 더 맛있다.

나물이 씹히는 식감이 아니라 갈아서 소스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갈아 만든 소스는 페스토(pesto)라고 하는데 보통 바질에 잣과 마늘을 넣어 갈아서 만드는 바질 페스토가 가장 널리 쓰이지만 향긋한 봄나물은 훌륭한 바질 대역이 될 수 있다.

전동믹서에 냉이, 방풍나물, 깻잎 순 등 먹고 싶은 나물과 마늘, 잣을 넣고 올리브유를 조금씩 부어가며 갈아준 뒤 소금, 후추로 간하고 익은 면과 섞어주면 끝.
집에 있는 파스타 면으로 나물 파스타를 만들 수 있지만 각각의 파스타와 어울리는 면이 따로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일 파스타는 가장 일반적으로 소비되는 길고 얇은 스파게티 면이 어울리고, 크림 파스타는 표면적이 넓은 탈리아텔레나 페투치니 같은 면이 잘 맞다.

갈아 만든 페스토 소스를 버무릴 때는 위에서 언급된 긴 파스타 종류를 쓸 수도 있지만 펜네나 푸실리 같은 짧은 파스타류가 좀 더 잘 어울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