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시장 경쟁 치열할 듯…국내외 대작 7편 개봉 대기 중
짧아진 여름방학·올림픽…영화계, '포스트 코로나'도 걱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빙하기를 맞은 극장가가 '포스트 코로나19'까지 걱정한다.

3~4월 개봉 예정작들이 도미노처럼 연기되면서 5~6월에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이 큰 데다, 여름 시장도 녹록지 않아서다.

극장 최대 성수기인 7월22일부터 8월9일까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고, 여름 방학마저 단축돼 여름 시장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여름 개봉을 저울질하는 한국 영화는 '서복'(CJ ENM), '영웅'(CJ ENM), '모가디슈'(롯데컬처웍스), '반도'(뉴), '싱크홀'(쇼박스), '승리호'(메리크리스마스) 등이다.

대부분 제작비 200억원 안팎 대작이다.

외국 영화로는 '덩케르크' '인터스텔라'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국제 첩보물 '테넷'(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이 가세한다.

이 중 여름 개봉을 공식으로 밝힌 작품은 연상호 감독 신작 '반도' 뿐이다.

'부산행' 4년 후를 그린 영화로, 최근 티저 포스터를 공개하며 시선을 끌었다.

짧아진 여름방학·올림픽…영화계, '포스트 코로나'도 걱정
통상 여름 성수기 영화는 개봉 3~4개월 전부터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에 돌입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개봉일 확정은 물론 마케팅 시동도 걸지 못한 상태다.

CJ ENM은 7월에 공유·박보검 주연 '서복'을, 8월에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을 선보일 계획이지만, 아직 확정 짓지는 못했다.

앞서 4월에는 성동일·김윤진 주연 '담보', 5월에는 이제훈 주연 '도굴', 6월에는 황정민·이정재·박정민 주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개봉하기로 라인업을 짜놨지만, 이 역시 유동적이다.

CJ ENM 관계자는 "연간 라인업은 계획돼있지만, 시장 상황을 봐서 개봉일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짧아진 여름방학·올림픽…영화계, '포스트 코로나'도 걱정
롯데컬처웍스는 6월에 톰 크루즈 주연 '탑건: 매버릭'을 선보인 뒤 여름 성수기에 류승완 감독 신작 '모가디슈'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에 고립된 남북대사관 공관원들의 목숨을 건 탈출을 모티프로 한 영화로, 모로코에서 촬영을 마치고 현재 후반 작업 중이다.

쇼박스는 차승원 주연 '싱크홀'(김지훈)을 출격한다.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재난 코미디물이다.

신생 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는 '승리호'를 7월 말, 8월 초에 선보일 계획이다.

'늑대소년'(2012)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의 재회로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블록버스터다.

송중기가 파일럿을, 김태리가 선장을 맡았고 유해진이 로봇 움직임과 목소리를 연기했다.

총제작비는 240억원, 손익분기점은 650만명이다.

메리크리스마스 관계자는 "장르적으로 다른 경쟁작들과 차별성이 있고, 요즘 관객 취향에 맞게 밝고 경쾌한 영화"라며 "영화 자체로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여름에도 대작이 한꺼번에 쏟아지겠지만, 시장 상황은 여의치 않은 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늦춰지면서 여름방학이 1∼2주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가족 단위 관객도 그만큼 감소할 수 있다.

짧아진 여름방학·올림픽…영화계, '포스트 코로나'도 걱정
7월 하순부터 열리는 도쿄올림픽도 영화 흥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기량을 겨루는 올림픽대회에선 박진감이 넘치고 반전의 연속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경기들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한국과 시차가 적은 도시에서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이 열릴 경우 관객 수는 전년보다 확연히 줄었다.

예컨대 2008년 중국 베이징올림픽 기간(8월 8∼24일)에 극장을 찾은 인원은 약 1천만명으로, 전년보다 100만명 감소했다.

한국과 시차가 같은 일본에서 빅매치가 열리면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영화계에선 봄철에 극장을 찾지 못한 관객이 여름에 몰리는 풍선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과거 메르스나 사스 때도 나중에 사태가 진정되면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려는 양상을 보였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