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

▲ 제법 안온한 날들 = 남궁인 지음.
현직 응급의학 전문의가 쓴 에세이 60편을 모았다.

날마다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응급실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사고로 자식을 떠나보내고 남편과 단둘이 살던 할머니가 병원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던 중 갑자기 정맥류가 터져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는다.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꼭 할 말이 있다"면서 수술실로 밀고 들어온 할아버지가 60년도 넘게 함께 산 할머니 손과 얼굴을 붙들고 "먼저 가 있게. 좋은 곳이라고 들었네. 여기보다 평온한 곳이라고 들었네. 이젠 헤어지지 않겠네. 잘 가게나"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숱한 죽음을 목격한 강철 같은 사내들은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돌린다.

죽음과 싸우던 하루를 끝내고 저자는 어머니에게 전화한다.

말하는 데 자꾸 울음이 배어 나온다.

부정맥으로 심장이 정지된 채 응급실에 실려 온 40대 남자 환자에게 응급처치한 후 만난 보호자는 그의 어머니였다.

저자는 "환자가 살아날 확률은 25%입니다"라고 있는 그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

3일 후 다시 근무일이 돌아왔을 때 그 환자는 살아나 있었다.

3일 동안 자식이 누운 중환자실 앞 의자를 떠나지 않던 어머니는 자식이 살아났다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손을 잡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다.

그 순간 저자는 마음속으로 "내가 살린 것이 아니라 당신이 살리신 겁니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또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밥을 먹으라"는 어머니 말에 저자는 또 목이 멘다.

이 밖에도 청소차에 깔려 숨진 환경미화원과 절친을 자기 실수로 죽였다는 죄책감에 울부짖는 청소차 운전기사, 극단적 선택으로 수면제 한 봉지를 입에 털어 넣은 할머니, 빙초산 한 병을 다 마신 청년, 뜨거웠던 2018년 여름 잇따라 응급실에 실려 온 열사병 환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학동네. 328쪽. 1만5천원.
[신간] 제법 안온한 날들·다소 곤란한 감정
▲ 다소 곤란한 감정 = 김신식 지음.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하는 비평과 강의에 매진한 저자가 계획한 '심정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다.

'우월하다', '다행이다' '싫다', '추구하다', '취향을 드러내다' 등 55개 어휘에 관한 감정사회학적 분석인 동시에 그 어휘를 둘러싼 생각을 담은 에세이이기도 하다.

저자는 무심해 보이는 말속에 숨은 은밀한 감정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한편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맥락을 세심히 관찰해 몇몇 감정에 대한 전복적 평가를 시도한다.

'우울'에서 오히려 '우울의 리더십'을 읽어내고 '공감'에서 되레 '조력자 증후군'을 짚어내는 식이다.

프시케의 숲. 336쪽. 1만5천원.
[신간] 제법 안온한 날들·다소 곤란한 감정
▲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 = 주철환 지음.
인기 방송 프로그램을 연출한 '스타 PD'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의 면면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집이다.

인생을 바라보는 나름의 관점과 삶의 자세를 방송 경험을 소환하고 방송 용어를 빌려 설명한다.

저자는 책의 제목처럼 '재미'와 '의미'를 인생에 적용해 보라고 제안한다.

방송뿐 아니라 인생에도 적절한 편집과 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루한 것, 낡은 것, 비관적인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것, 긍정적인 것, 낙관적인 것들로 인생을 채워야 한다고, 그러면 인생 자체가 산뜻한 프로그램으로 개편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마음서재. 280쪽. 1만4천원.
[신간] 제법 안온한 날들·다소 곤란한 감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