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계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다.

자영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이들에겐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만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라 온갖 자구책을 마련하며 갖은 애를 쓰고 있다.

울산 남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31)씨는 최근 한 달간 방역 작업에만 100만원 가까이 들였다.

박씨는 "한 달에 한 번 부르던 방역업체를 주 2회 부르고 30만원 상당의 살균기도 장만해서 쓰고 있다"면서 "모든 직원이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하고 보이는 모든 것을 다 닦고 있지만 손님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기미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중식당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에탄올로 식탁을 닦는 '안심테이블'을 마련했다.

좌석마다 '지금 앉으신 테이블은 방금 소독된 테이블'이라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감염을 우려해 식당에 발길을 끊는 손님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이다.

[SNS 세상] "함께 버텨요"…안간힘 쓰는 자영업계, 손길 내미는 시민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중순 소상공인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매출액이 '매우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은 77.3%(827명)에 이르렀다.

매출액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대답한 이들은 47.4%(506명)로 절반을 차지했다.

매출이 떨어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재고 상품을 처분하는 경우도 있다.

13년째 경북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A(56)씨는 재래시장이 줄줄이 폐쇄되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았다.

원래는 대구, 포항, 경주 등 경북 지역 오일장을 돌며 제철 과일을 팔았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열흘째 발이 묶인 것.
결국 1만원에 판매하던 무농약 귤 한 상자를 반값에 내놓기로 했다.

기름값도 남지 않지만 무료로 귤을 배송해주기까지 했다.

그는 "귤이 상하기 전에 재고를 소진해야겠다 싶어서 딸한테 부탁해 SNS에 글을 올렸더니 30분 만에 80박스가 모두 팔렸다"면서 "다들 힘든 시기니까 진심으로 돕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다.

5천 원에 팔려고 했는데 정가로 사겠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양현명(31)씨는 "확진자 천 명이 넘어간 순간부터는 아예 손님 발길이 뚝 끊겨 반값 메뉴를 내놓았다"며 "그래도 하루 매출이 5만원까지 떨어진 바람에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전단을 돌릴까도 생각했지만 대면접촉을 하면 안 돼 (전단 배포를)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게는 썰렁하지만 자영업자들의 마음마저 식어버린 건 아니다.

남은 식자재를 복지관 등에 기부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SNS 세상] "함께 버텨요"…안간힘 쓰는 자영업계, 손길 내미는 시민들
울산에서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강시은(37)씨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강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체인점이다 보니까 의무로 받아야 하는 식자재가 있는데 요즘 같은 때는 소진하기에 너무 많아서 중증 장애아동 시설에 기부했다"면서 "아이들을 보니 11개월 된 딸 생각도 나서 남은 채소, 고기뿐만 아니라 체온계나 아이 용품을 더 챙겨서 갖다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한지 두 달밖에 안 됐지만 우리도 이번 사태로 휴업을 면치 못할 것 같다"면서도 "모두가 어려운 시기인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SNS상에서도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을 소비자에게 연결해주는 움직임이 속속 나오고 있다.

샐러드나 횟감 등 유통기한이 짧은 식자재를 사용하는 업주에겐 한 줄기 빛과 다름없는 소식이다.

지역 맛집과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울산언니'는 지난 25일부터 어려움에 부닥친 식당이나 자체적으로 소독·방역을 한 가게에 대한 홍보 글을 올리고 있다.

이 페이지를 운영하는 손영경(31)씨는 "업주는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며 재고를 줄이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구매하면서 서로 상생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닥친 한파 속 시민 호응에 자영업자들이 화답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대구에서 떡볶이를 시켰더니 온 메시지'라며 "힘든 시기에 주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깨끗이 늘 유지하겠습니다.

힘내세요.

힘낼게요.

감사합니다"라는 손편지를 찍은 사진이 공유됐다.

[SNS 세상] "함께 버텨요"…안간힘 쓰는 자영업계, 손길 내미는 시민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다룬 한 기사에는 '부부가 같이 식당을 하고 있다'고 밝힌 누리꾼의 화답 글이 달리기도 했다.

내용은 '매출은 70∼80% 감소했는데 직원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잠도 안 오고 밥도 안 먹히지만, 방문한 손님이 "사장님 힘내세요" 하시면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는 것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