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문학적 소양 높을수록 투자 수익률 올라간다
메디치 가문이 1397년 설립한 메디치은행은 최초의 근대식 은행이다. 이탈리아 로마, 영국 런던 등 유럽 16개 지역에 지점을 낸 이 은행은 안전한 시스템을 발판으로 성장했다. 이전엔 각 지역의 헌금을 모아 교황청에 보내고 이 돈을 다시 각 지역 교회에 나눠주는, 즉 현금이 직접 오가는 방식으로 거래됐다. 메디치은행은 이를 획기적으로 바꿔 각 지점 장부에 기재해 장부상에서 주고받는 계좌 이체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쌓은 막대한 부는 예술가 지원에 활용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았다. 메디치 가문의 대규모 금융자본이 없었다면 르네상스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사라졌을지 모른다.

《투자자의 인문학 서재》는 ‘돈’을 둘러싸고 흥망성쇠를 거듭해온 인류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되짚어 투자자들이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쓴 서준식 씨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국내운용부문 총괄부사장(CIO)을 지낸 채권·금리 전문가다. 그는 “더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선 수많은 역사적 사건을 경제와 돈의 관점에서 관찰하고 해석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자신만의 투자 철학을 정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철의 발견은 경제사의 시작점이다. 철은 농기구와 무기로 강력한 수단이 됐다. 철 이전에 사용하던 청동은 강도가 약하고 귀한 재료였기 때문에 장식품 이상의 기능을 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청동기 시대에도 대부분의 농기구는 석기였다. 철기를 생산하면서부턴 식량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대량 생산으로 인해 잉여 생산물이 생겨났으며, 이로써 자급자족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유통 시장이 형성됐다. 유통 시장이 생성되면서 곧 화폐가 탄생했다.

자본주의는 1, 2차에 걸친 산업혁명으로 꽃을 피운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에서 일어났다. 영국은 증기기관을 이용해 방적기, 증기선 등을 개발하며 엄청난 경제적 도약을 했다. 2차 산업혁명은 1865~1900년 미국 북부와 독일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미국과 독일은 영국이 이미 이뤄놓은 1차 산업혁명의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새로운 기계들을 개발했다. 1차 산업혁명과 달리 2차 산업혁명 때는 노동자와 농민들의 경제 상황이 점차 개선돼 중산층도 형성됐다. 이 시기를 ‘벨에포크’(좋은 시절을 뜻하는 프랑스어)라고도 부른다.

저자는 이후 미국 대공황과 스태그플레이션, 일본 버블경제 붕괴, 세계 금융위기 등 반복돼온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고령화와 저출산, 가계부채 문제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저자는 “과거 경제적 교훈을 통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하얀 코끼리 정책’은 경계하고, 최대한 유효수요가 많이 창출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