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소통 부재 문제를 즐겁고 유쾌하게 전달
"문제는 소통 부재!"…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얘기 좀 할까?'
요즘 '소통'이 화두다.

그만큼 불통의 시대란 이야기다.

국가든, 사회든, 사람이든 모든 갈등은 결국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한다.

지난 8일 개막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얘기 좀 할까?'는 우리 시대 '소통 부재'의 단면을 보여준다.

무대에서는 관계가 서먹한 아들 '희준'에게 재혼을 이야기하려는 아버지 '민재', 서로 다른 성격과 연애 방식으로 어려움을 겪는 희준과 '민정',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을 찾은 민정, 재혼을 결심하고 노래방에 온 민재와 '보경', 재혼 결심을 번복하고 친구들과 함께한 보경, 이 다섯 가지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부자(父子)의 대화는 말다툼과 몸싸움으로 이어지고, 연인은 상대를 이해하지 못해 이별하며, 친구들은 위로한다면서 화를 돋우는 등 삶은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대화가 이어진다.

보고 있으면 이렇게 소통이 어려울까 싶기도 하다.

지난 8일 개막 후 소감에서 민준호 연출이 "우리들 사이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반대로 우리들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공연을 본 후 이렇게 살자가 아닌 이렇게 살지 않도록 모두 고민하고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듯 작품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문제는 소통 부재!"…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얘기 좀 할까?'
상황은 심각하고 대화는 답답하지만, 극은 오히려 즐겁고 유쾌하다.

개성과 매력 만점 배우들 때문이다.

지난 14일 무대에서 민재 역 진선규는 베테랑 연기자답게 아들에게 가부장적이지만 여자 앞에선 수줍은 남자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보여줬고, 희준 역 오의식은 여자친구에게 집착하고 들러붙는 최고 '찌질남'을 선보여 폭소를 자아냈다.

특히 민정과 보경의 친구들로 등장한 정선아와 이지혜는 허를 찌르는 속사포 대사, 화려한 동작과 안무로 분위기를 주도했고, 노래방 주인 오인하는 감초 같은 역할로 재미를 더했다.

걸스데이 박소진은 타협할 수 없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고 감정을 폭발하는 민정 역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무대도 주목할 부분. 중앙에 노래방이 있고, 뒤편은 화장실이다.

특히 화장실은 배변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그곳에는 시소, 구름다리, 그네 등이 설치됐다.

절에서 변소를 근심을 푸는 곳이란 뜻에서 '해우소'(解憂所)라 부르듯 화장실은 마음속 답답함을 배설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등장인물들은 과장된 몸짓과 외침으로 복잡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물론 노래방에서 대화만 하지는 않는다.

에피소드마다 등장인물들은 '마이웨이' '낫싱스 고너 체인지 마이 러브 포 유' '유 라이트 업 마이 라이프' '잘가요' 등 귀에 익은 곡을 부르며 감정을 표출한다.

극 제목이 다소 유치해 보이고, 노래방이란 공간도 한물간 것처럼 느껴지지만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주제는 명확하고 무대는 즐겁다.

오는 3월 8일까지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