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영 평전·지갑 속의 한국사

▲ 한국의 아나키즘: 인물편 = 이호룡 지음.
'사상편'과 '운동편'에 이은 '한국의 아나키즘'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아나키즘 전문가인 저자가 옛 잡지, 신문, 증인신문조서 등 1차 사료와 연구 성과를 총동원해 신채호, 이회영, 박렬, 류기석, 이홍근, 류자명, 이정규, 유림 등 아나키스트 8인의 사상과 행적을 짚어본다.

책에 따르면 3·1운동을 계기로 아나키즘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인 신채호와 민족주의자로 출발해 '만주기지론'을 선도했던 이회영은 중국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아나키즘의 행동전략을 실천했다.

신채호는 다물단(1925)에서 테러활동에 주력하고 이회영은 이정규와 함께 5·4 운동 이후 혁명근거지 건설론에 근거해 이상 농촌 건설사업에 참가했다.

류기석은 1928년 상하이의 재중국조선공산주의자연맹에 참가했고 이후 베이징, 상하이, 톈진을 오가며 테러·군사활동에 가담하면서 중국 아나키스트들과 국제적 연대도 도모했다.

류기석이 반중앙집권적 연맹체 형태의 동방무정부주의자연맹을 결성하는 등 아나키즘 본령에 충실했다면 일본에서 활동한 박렬은 개인주의적 아나키즘에 경도됐다가 해방 이후에는 민족주의 입장에서 '세계는 하나'라는 관점을 제시하면서 민족독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

이념적 지향점이나 운동의 궤도는 서로 다른 결을 보였지만 이들은 국내는 물론 중국과 일본 각지에서 당면 목표인 조국의 독립과 궁극의 과제인 개인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투쟁했다고 저자는 평가했다.

지식과산업사. 452쪽. 2만3천원.
[신간] 한국의 아나키즘: 인물편
▲ 박헌영 평전 = 안재성 지음.
'적과 동지를 모두 배반한 반역자', '원칙에만 빠져 현실을 보지 못하는 실패한 혁명가'라는 비판은 합당한가.

비운의 혁명가, 투사 박헌영을 넘어 인간 박헌영을 재조명한다.

작가로서 소설뿐만 아니라 이현상, 윤한봉, 박열 등의 평전과 현대사 관련 책을 써온 저자는 지금까지 수집된 자료와 증언으로 보건대 박헌영을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라거나 불세출의 영웅이라고 찬양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공산주의 이론에는 탁월했지만 선동력과 포용력 등 대중정치가로서 필요한 정치적 수완은 거의 갖추지 못했고 근본 성품은 온후하고 지성적이었지만 정치적 입장은 다분히 교조주의적이었다.

표범처럼 단단한 인상에 좀처럼 웃지 않는 과묵하고 비밀주의적인 성향은 지하운동의 지도자에게는 적합했을지라도 공개 정당의 지도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결코 미국의 간첩 노릇을 했거나 비겁자인 적은 없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원칙적이고 교조적인 성향이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했다고 공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면모가 없었다면 애초에 공산당 지도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그의 한계요, 시대의 한계였다.

인문서원. 696쪽. 3만원.
[신간] 한국의 아나키즘: 인물편
▲ 지갑 속의 한국사 = 박강리 지음.
세종대왕, 퇴계 이황, 신사임당, 율곡 이이 등 지폐 속 인물의 삶과 그를 중심으로 한 역사 이야기다.

지폐에는 이들 인물의 초상뿐만 아니라 그들이 남긴 업적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모습이 담겨있다.

교사 출신인 저자는 지폐만 자세히 살펴봐도 한국사의 큰 줄기를 짚는 역사 탐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만원권에는 세종대왕의 초상과 함께 혼천의, 천상열차분야지도, 보현산천문대 천체망원경의 그림이 담겨 있다.

퇴계가 등장하는 천원권에는 그가 사랑했던 매화, 그의 위패가 모셔진 성균관 명륜당, 겸재 정선이 퇴계를 떠올리며 도산서당과 주변 풍경을 그린 '계상정거도'가 새겨져 있다.

이렇게 지폐에서 시작된 역사탐방은 세종의 경복궁, 퇴계의 도산서원, 사임당의 오죽헌, 율곡의 자운서원으로 이어진다.

북하우스. 196쪽. 1만3천800원.
[신간] 한국의 아나키즘: 인물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