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를리오즈 '쥐의 노래'
설도 지났으니 이제 명실상부한 경자년, 쥐의 해다.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일종의 콘서트 오페라로 작곡한 ‘파우스트의 겁벌’(1845) 중 베이스 조역 브란더가 부르는 ‘쥐의 노래’가 떠오른다.

가사는 조롱 일색이다. “부엌에 수도사처럼 잘생긴 생쥐가 살고 있었다. 뚱뚱한 루터가 놓은 쥐약을 먹고 생쥐는 날뛰기 시작했다. 발광한 놈은 난로 속으로 뛰어들어 갔고, 결국 통구이가 돼버렸다.” 이어지는 남성 합창의 아멘 코러스 역시 애도를 가장한 조롱이다. 이처럼 쥐는 혐오의 대상이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인류 역사와 함께한 동물도 없을 것이다.

영화 ‘조커’에서 ‘배트맨’ 시리즈의 무대인 고담의 한 사내가 가족과 사회로부터 당한 폭력과 모멸로 정신적 문제가 생겼고, 그 때문에 악당 광대가 됐다는 이야기에 연민을 느꼈다. 생존을 위해 가장 열심히 움직이는 쥐에 대해서도 재인식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