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경북 구미시에 사는 이모(20대)씨가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

"5시간 넘게 걸려서 영상을 편집했는데 1만원밖에 못 받았어요.

그나마 숙달된 터라 빨리 끝낸 거지. 보통은 10시간은 족히 걸리는 작업인데…"
경력 3년차 프리랜서 영상 편집자인 이모씨는 지난해 3월 영상 근로자가 모인 오픈 채팅방에서 한 유튜버가 편집 인력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지원했다.

편집 결과물의 수준에 따라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말에 따라 5시간 동안 집중 작업을 진행해 편집본을 보냈지만 "1만원만 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최저 임금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에 화가 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려고 했으나 그냥 포기했다"며 "과거에도 비슷한 피해를 받고 신고했으나 '계약서 미작성' 등 이유로 소용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상 편집자 대부분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 프리랜서인 데다 젊어 계약서 작성 등 근로자의 권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력도 쌓이고 나름 숙련도도 높아졌다고 자부하지만 영상 편집자에 대한 처우는 별반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OK!제보] "5시간 걸려 유튜브 영상 편집했는데 보수는 1만원"

구독자가 2천300만명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가 최근 올린 영상 편집자 채용 공고문에서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해 누리꾼의 뭇매를 맞는 등 영상 편집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명 영상 편집자 구인구직 사이트 게시판에는 열악한 영상 편집자의 노동 가치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영상편집자라고 밝힌 아이디 jw1515은 "생활정보 분야를 다루는 유튜버와 2년 전부터 계약을 맺고 일하는데 하루 9시간 이상 작업을 해야 150만원 안팎을 쥘 수 있었다"며 "월급제로 바뀌어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170만원을 받고 있어 계속 일을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디 'jyh****'은 "일감을 따내기가 힘들어지면서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며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고, 아예 급여가 기재되지 않은 구인 공고도 많다"라고 털어놨다.

급여가 공개되지 않은 '깜깜이 채용 공고'가 잇달아 올라오자 해당 구인구직 사이트는 23일 '급여를 기재하지 않으면 구인 글을 등록할 수 없다'는 공지를 올렸다.

이 사이트의 이모 대표는 "회원들로부터 '추후 협의'로 돼 있는 공고문의 상당수가 열악한 급여 조건이나 열정페이를 제시한다는 항의가 쇄도했다"며 "이 때문에 구인 글을 올릴 때 급여를 제대로 명시하도록 정책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OK!제보] "5시간 걸려 유튜브 영상 편집했는데 보수는 1만원"

SNS에도 영상 편집자들의 박봉을 토로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트위치 TV 커뮤니티 이용자 '카르***'는 "영상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잦은 철야 근무와 낮은 페이, 점점 높아지는 퀄리티 요구로 장기적으로 일을 하기에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영상 편집 분야에 대한 처우 기준 마련과 근로자를 보호할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청도 청윤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영상 편집 분야처럼) 출퇴근 시간과 근무 장소가 정해져 있지 않고, 기한 정도만 합의해 일하는 도급 계약의 경우 피해가 발생했을 때 노동법상으로는 구제가 힘들다"며 "계약금 체불 등 문제가 생긴다면 손해배상 청구나 민사 소송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근로 계약서 작성이 힘든 프리랜서라면 도급 계약서를 쓰되 '결과물 만족도에 따라 보수 지급'처럼 두루뭉술하게 작성하기보다 '조회수 00당 인센티브 지급'이나 '영상 분당 금액' 등처럼 정확하게 금액을 산출할 수 있는 항목을 넣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튜브 영상 편집자가 신종 직업군이기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비슷한 갑질 사례가 꾸준히 발생한다면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사업자들 간 불공정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 연구위원은 "구두 계약이더라도 녹음을 하거나 증인이 있으면 추후 법적으로 배상을 청구할 때 유리하다"며 "계약 일자와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해놓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