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해 문화유산으로 남겼어야…한국 코미디계 한 세대 저물어"
엄용수 코미디협회장 "故남보원, 아무도 흉내 못낸 넘버원"
"선생님은 정말 인정과 재주가 많은 분이었습니다…."
코미디계 대원로 남보원(본명 김덕용) 별세 소식에 엄용수 대한민국방송코미디협회장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엄 회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배님께서 3년 전에 감기가 오셨지만 계속 치료하면서 공연하러 다니시다 보니 병이 커진 것 같다"며 "일단 무대에 올라가시면 마이크를 안 놓으시고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안 내려오셨다"고 고인의 열정을 회고했다.

그는 "그렇게 공연 시간이 늘다 보니 건강하실 줄만 알았다"며 "그래서 이렇게 빨리 운명하실 줄도 몰랐고, 우리가 대처를 못 했다.

사실 전수가 안 되는 능력이라, 미리 녹음 같은 걸 해뒀다면 큰 문화유산이 됐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엄 회장은 "19일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으셨다.

'선생님 저 왔습니다' 하면 알아보셨는데 20일에는 다시 의식이 없으셨다"며 "이미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유언을 할 새도 없으셨던 것 같다"고 했다.

엄 회장은 고인에 대해 "대체 불가한 원로"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남보원 선생님은 현장 코미디를 하시는 분이었다.

대본이 있거나 정해진 걸 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애드리브에 의한 건데, 현장에만 가면 새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눈에 띄는 대로 성대모사도 하고 창도 하셨다.

정말 독창적인 원맨쇼, 그 분야에서는 아무도 흉내를 낼 수 없는 '넘버원'이었다"고 했다.

엄용수 코미디협회장 "故남보원, 아무도 흉내 못낸 넘버원"
고인은 2010년 먼저 세상을 떠난 코미디언 백남봉과 함께 원맨쇼의 쌍두마차로 불렸다.

엄 회장은 "두 분은 성대모사와 모창만 해도 그 자체가 작품이었다.

팔도 사투리를 노인 버전, 젊은이 버전으로 자유자재로 하셨으니 요즘 사람들은 감히 흉내를 낼 수도 없었다.

세계 넘버원이었다"며 "한국 코미디계의 한 세대가 저물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