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구'·'하이킥' 이후 10년째 검증받는 중"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윤시윤 "어설픈 살인마 연기, 재밌었죠"
"쉽지 않아요, 역할 1개도 제대로 못 하는데 2개를 한다는 게. 하지만 연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즐거워요.

2가지 악기를 동시에 하는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
최근 종영한 tvN 수목극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었다.

서스펜스와 코믹, 이질적인 두 장르를 섞은 점이 그랬고, 남들에게 무시당하는 '호구' 주인공이 자신을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 연쇄살인마라고 착각하는 설정 또한 그랬다.

배우 윤시윤(34)은 이 드라마에서 증권사 직원 육동식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이코패스 같지만 사실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중적인 역할이었다.

시청률은 방영 내내 1∼2%대를 맴돌아 잘 나왔다고 할 순 없지만 윤시윤 연기는 호평을 받았다.

윤시윤은 13일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인터뷰에서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장르극이면서 코믹극이라 쉬운 장면이 없었던 것 같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배우들의 '로망'인 사이코패스 연기에 대해서는 "부담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연기는 독이 든 성배일 수 있어요.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거쳐 간 선배들 연기가 기라성 같잖아요.

전 '착각'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있어서 제가 사이코패스다운 행동을 할수록 사람들은 웃게 돼요.

그게 메리트였고 큰 부담은 없었어요.

"
그는 자신만의 사이코패스 특징에 대해 '어설픔'이라고 요약했다.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데, 극 중 동식이는 '사이코패스라면 이럴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연기해요.

최대한 뻔하고 어설플수록 동식의 연기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어설프고 허접스러운 사이코패스였죠."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윤시윤 "어설픈 살인마 연기, 재밌었죠"
그는 저조했던 시청률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작년 방영한 드라마 중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KBS 2TV '동백꽃 필 무렵'과 맞붙어 대진운이 불운했던 것에 대해서도 "재밌으면 다 찾아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의 문제죠. 죄송해요.

다음 드라마에선 채널을 돌리지 않게끔 만들 수 있는 힘을 갖는 배우가 돼야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 힘은 배우로서의 인기가 아니라 결국엔 연기적 신뢰에 달려 있고요.

또 부끄럽지 않게 작품을 한 것에 대해는 격려를 해줘야 하지만, 대중의 평가는 정확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유튜브가 있어서 시청률 10% 넘기 힘들다지만 잘 되는 드라마들이 있잖아요.

재밌으면 돼요.

재밌는 건 늘 재밌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한 건 손뼉을 쳐야 하지만 부족한 스코어는 철저히 자기반성을 하고 다음엔 그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윤시윤 "어설픈 살인마 연기, 재밌었죠"
그는 작년에 SBS TV '녹두꽃'까지 드라마만 2편을 했다.

2016년 제대 후 쉬지 않고 '열일'하는 배우로도 꼽힌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집에 가서 할 생각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연기력이 느는 건 작품을 할 때인 것 같아요.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건지 모르겠어요.

자신도 없고요.

작품을 (꾸준히) 하는 게 퇴보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연기를 너무 잘하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
지난해가 데뷔 10년 차였다는 그는 지난 10년을 "검증받는 시간이었다"라고 표현했다.

"돌이켜보니 데뷔 초 혜성처럼 나타나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복을 받아버렸더라고요.

'지붕뚫고 하이킥'과 '제빵왕 김탁구' 후 10년은 받은 복에 대해 검증받는 단계였던 것 같아요.

그 두 작품의 흥행 덕분에 계속 기회를 받은 것 같고요.

어느 순간에는 그 검증이 끝날 텐데, '더 이상 이 배우는 못 쓰겠다' 하는 순간이 오지 않도록, 지금도 작품마다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네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