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 23.6도 역대 최고 기온…내일부터 평년과 비슷

한겨울에 외투 없이 긴소매 셔츠 한장에 한 손에는 차가운 커피, 심지어 반소매까지.
97년 만에 가장 따뜻한 제주 '한겨울에 반팔'…때이른 철쭉 눈길
낮 최고기온이 23도를 넘는 완연한 봄 날씨가 이어진 7일 제주는 거리를 걷는 시민 대부분이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한겨울이지만 대부분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팔에 걸치고, 소맷자락을 걷거나 심지어 반소매를 입은 시민도 눈에 띄었다.

해안도로나 운동장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농구를 하는 시민들은 반바지와 반소매 차림에도 추운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제주대 캠퍼스에는 때이른 철쭉이 피어 눈길을 끌었다.

제주는 이날 낮 최고 기온이 23.6도까지 오르면서 1월 기록으로는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97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평년보다 7∼14도가량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반소매를 입고 출근한 직장인 강모(53)씨는 "오늘 낮 기온이 21도 넘게 오른다는 예보를 보고 반신반의하면서 반소매를 입고 출근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데다 습하기까지 한 장마철 날씨가 이어지면서 한해 농사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제주시 부근에서 과수원을 하는 김모(55)씨는 지난해도 겨울이 춥지 않아 해충이 많았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따뜻한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주공항에 도착한 박모(50)씨는 겨울 한라산을 보기 위해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제주를 찾았는데 날씨가 따뜻해 제대로 한라산을 못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저녁부터 비가 온다고 해 한라산 정상 부근의 눈이 녹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겨울 한라산 대신 제주의 봄꽃을 보고갈 판"이라고 말했다.

한겨울이지만 카페 주변에는 따뜻한 음료보다 차가운 음료를 손에 든 이들을 더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제주 시내 카페에서 차가운 커피를 주문하던 김모(29·여)씨는 "한겨울이라고 평소처럼 두껍게 옷을 입었는데 벗지도 못하고, 가만있어도 땀이 난다"며 "지난달부터 날씨가 추워지면서 따뜻한 커피만 마셨는데 오늘은 차가운 커피를 선택했다.

올겨울은 눈도 안 내리고, 기온도 높아 겨울 분위기가 하나도 안 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따뜻한 남서풍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지난 밤사이 구름이 많이 껴 온실효과까지 발생해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며 "또 오늘 오후 1시부터 2시 사이 햇빛도 비추면서 일사량에 의해 예상보다 낮 기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8일부터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낮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으나,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낮아 춥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틀 새 기온편차가 크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