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 10주년 앞두고 톤즈에서 함께 지낸 한달 기억 담아
'톤즈를 웃게 한 사람'…동료 신부가 기록한 이태석 신부
'남수단 슈바이처'로 불렸던 고(故) 이태석 신부의 선종 10주년을 앞두고 동료 성직자인 박진홍 신부가 그와 함께 톤즈에서 보낸 한 달간의 기록을 책으로 묶어 냈다.

박 신부가 최근 펴낸 '톤즈를 웃게 한 사람'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 신부의 소소한 일상이 담겼다.

부산 사투리를 쓰는 이 신부와 대화를 통해 기존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톤즈의 현실, 선교사로서 그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톤즈 함 온나!"라는 이 신부의 말 한마디에 톤즈로 향한 박 신부는 현지에서 응급차를 운전하는 그를 만난 장면을 떠올린다.

"이곳이 톤즈다"라며 현실을 보여준 이 신부의 말은 아직도 박 신부의 기억 한편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톤즈에서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는 법을 소개하는 대목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 신부는 박 신부에게 "시원한 사이다 무울래?"라는 사투리와 함께 비밀창고를 열었고, 그곳에는 보물인 사이다 몇병이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사이다는 기대처럼 시원하지 않았다.

마치 어머니 품처럼 따뜻했다고 떠올린다.

이 신부에게 "이게 시원한 사이다요?"라고 항의하자, 그는 사이다를 화장지로 둘둘 말아 물을 적신 다음에 창가에 놓아뒀다고 한다.

톤즈식 사이다 냉장법이다.

이 신부가 10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향기는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박 신부는 말한다.

우선 제자였던 토마스 타반 아콧이 2009년 이 신부 권유로 한국에 와 2018년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저자는 캄보디아 남쪽 어느 마을에서 만난 한 수녀님의 모습에서 이 신부를 봤다.

태국의 산속 마을에서는 성탄미사를 준비하는 이 신부를 봤고, 인도네시아 산골에서도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마음을 모아 다리를 설치하는 이 신부를 봤다.

모두 선교사였던 그들이 바로 또 다른 이태석이었다.

대전교구 대흥동본당 주임사제로 있는 저자는 2004년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청소년학과에 진학하며 서울 영등포구 살레시오회 한국교구관에 머물 때 이 신부와 첫 인연을 맺었다.

살레시오회는 이 신부가 생전 속했던 수도회다.

2006년 초대에 응해 톤즈에서 한 달을 같이 지내며 이 신부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 중 한명이 됐다.

박 신부는 다음달 15일 강북구 알베리오네센터에서 '톤즈를 웃게 한 사람' 발간 북콘서트를 열고 이 신부와 함께했던 기억을 독자들에게 직접 전한다.

바오로딸. 160쪽. 1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