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불법의 영역이 된 비의료인의 반영구 시술과 문신 시술과 관련, 합법화 논의가 본 궤도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불법의 영역이 된 비의료인의 반영구 시술과 문신 시술과 관련, 합법화 논의가 본 궤도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신 시술, 반영구 시술. 현행법상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시술할 경우 불법으로 처벌을 받는 영역이다. 그런만큼 해당 산업군은 음지에서만 존재하고 있는 상황.

최근 정부는 이렇게 음지에 내려가 있는 문신 시술 분야와 반영구 시술 분야의 합법화를 추진 중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문신 시술과 반영구 시술이 '케이뷰티(K-Beauty)'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그동안 음지에 있으며 일종의 '지하경제'로도 불렸던바. 우리나라의 문신 시술과 반영구 시술은 케이뷰티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거리에 즐비한 반영구 시술업체, 그동안 왜 불법이었나?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이 타투와 반영구 시술을 할 경우 불법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현행 의료법 제27조1항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의료인이 아님에도 의료 행위를 하는 사람은 의료법 제87조에 의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비의료인이 영리 행위를 하다 단속될 경우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부정의료업자의 처벌)에 의해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한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문신 시술과 반영구 시술을 하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지속적으로 합법화를 요구해왔다.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주최하기도 했고 헌법소원을 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정부는 이러한 관련 업계의 요구를 반영. 최근 문신 시술과 반영구 시술 합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합법화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정부는 지난 10월 10일 국무회의를 통해 문신 시술과 반영구 시술 합법화에 대한 첫발을 뗐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 혁신방안' 140건을 확정했다. 이 가운데 '반영구화장 시술자격 확대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내년 연말까지 공중위생관리법 등을 개정해 이 내용을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당 논의는 국회에서도 활발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달 21일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사 면허와 업무 범위 등 문신업 양성화를 위한 '문신사 제정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지난 7월에도 같은당 오재세 의원은 미용업의 정의에 반영구화장업을 추가하고 미용사 면허를 받은 이에게 반영구화장 행위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불법의 영역이 된 비의료인의 반영구 시술과 문신 시술과 관련, 합법화 논의가 본 궤도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불법의 영역이 된 비의료인의 반영구 시술과 문신 시술과 관련, 합법화 논의가 본 궤도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합법화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는?

현재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전국 관련 업계 종사자는 22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합법화만 이뤄진다면 하나의 국내 대표 사업군이 될 수 있는 규모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들은 그동안 단속과 신고라는 부담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때로는 갑질을 당하기도 했고 폭언과 욕설을 들으며 환불까지 해준 경우도 다반사였다.

불법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면 문신 시술과 반영구 시술에 대한 관리 감독이 더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위생과 안전 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정부 당국이 철저한 감독에 나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음지에 있으면서 이뤄지는 탈세 등에 대한 문제도 해소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문신 시술 및 반영구 시술 업체들은 단속을 우려해 현금 거래를 주로 이어왔다.

관련 업계 종사자는 "떳떳하게 세금도 내면서 국가로부터 관리감독도 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면서 "관련 시술을 받아온 인구만 1300만 명이 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이 될만한 소지는 충분했다"면서 "동남아로 진출하는 대형 업체들도 있는 만큼 반영구 시술과 문신 시술은 하나의 케이뷰티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라고 덧붙였다.

지속적으로 반영구 시술 합법화 활동을 해온 류석관 법무법인 공유 대표변호사는 "반영구화장이 제도권 내로 합법화된다면 케이뷰티 산업으로 자리매김이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국가적으로도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시술 환경의 개선, 반영구화장 후 적절한 사후관리 개선 등도 이뤄질 것"이라며 "반영구화장 업자에 대한 선택권 부여도 이뤄져 자유시장질서에도 부합하는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