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계명성 전집' 발간…불교 논문·법문·작품 도록 등 생애 사상 한눈에
부친 관응스님 권유로 출가…'운문사' 세계적 비구니 교육기관 키워내
구순맞은 비구니계 산증인 명성스님, 20권짜리 전집 펴내
올해 구순(九旬)을 맞은 한국 비구니계의 산증인 운문사 회주(會主) 명성스님이 자신의 평생 저작을 모은 20권짜리 전집을 출간했다.

비구니 스님이 이같이 방대한 양의 전집을 내기는 한국 불교 사상 처음이다.

'법계명성 전집'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그의 기념집에는 불교 유식학과 화엄학 등을 다룬 논문, 편서와 역서, 법문, 강의, 기고문, 공예 및 서예작품 도록 등이 담겼다.

노승의 아흔 생애 사상이 총망라된 셈이다.

전집을 통해서는 지난 세월 각지에서 스님에게 보내온 편지와 제자들의 글모음, 운문사 속 스님의 표정을 담은 사진도 만난다.

명성스님 전집을 낸 불광출판사 측은 5일 "이 전집은 한 개인으로서의 명성스님 생애와 사상을 총망라하고 있지만, 구순 세월이 말해주듯 근현대 불교사와 한국 비구니사의 중심을 관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명성스님은 경북 청도 호거산에 있는 운문사를 세계적인 비구니 교육기관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비구니 스님 6천여명 중 2천100명이 운문사승가대학을 거쳐 간 그의 제자다.

193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비구니가 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유식학의 대가였던 아버지 관응스님 권유로 1952년 합천 해인사 국일암에서 선행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그는 1970년 운문사에 온 뒤로 사찰 내 학교를 뜻하는 강원(講院)의 교육 방식을 크게 바꿨다.

불교 경전을 주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불경을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는 논강(論講)식 방법으로 전환했다.

구순맞은 비구니계 산증인 명성스님, 20권짜리 전집 펴내
불전 외에도 다른 공부와 연계성을 강조해 미술과 외국어, 심리학, 철학, 유학, 피아노, 서예 등으로 교육의 외연을 넓혔다.

명성스님은 출가를 하면 여성성을 누르고 남성을 닮은 중성이기를 강요하던 당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을 살려 포교에 나서야 한다고 해 주목을 받았다.

승가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였지만 명성스님은 오늘날의 세계적인 비구니승가를 있게 한 혁신가로 평가된다.

그는 한국 불교계 처음으로 비구니가 비구니에게서 전강을 받는 전통을 만들었다.

1985년 흥륜, 일진스님 등 두 제자에게 강사로서 자격을 주는 전강을 했다.

현재까지 16명의 전강 제자가 배출됐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비구니의 위상이 높아지자, 그는 비구니가 비구니에게 직접 계를 주는 별소계단(別所戒壇)을 만들었다.

그는 운문사를 외형적으로 키우는 데도 집중했다.

40여동에 이르는 전각과 승려들 숙소인 요사채를 신축하거나 증축, 보수해 운문사를 전국 최대 비구니 교육기관인 운문승가대학으로 성장시켰다.

명성스님은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비구니회 제8·9대 회장을 지냈다.

현재는 운문사 회주, 한문불전대학원 원장으로 있다.

명성스님의 좌우명은 '매사 진실하게 살라'는 뜻의 '즉사이진(卽事而眞)'이라고 한다.

저서로는 '초등변식의 연구'와 '불교학논문집', '화엄학개론'이 있다.

역서로는 '유식강요', 편서로는 '사미니율의' 등을 냈다.

출판사 측은 법계명성 전집과 함께 명성스님의 인생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도 함께 제작했다.

이는 유튜브를 통해 만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