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죄와 벌 - 강성은(1973~)
좋은 사람들이 몰려왔다가
자꾸 나를 먼 곳에 옮겨 놓고 가버린다

나는 바지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일어나
좋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쌀을 씻고 두부를 썰다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워

생각한다
생각한다

생각한다

시집<Lo-fi>(문학과지성사)中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생각하는 일이 아닐까요?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갑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마음 한편에 자리를 내어주고 싶은 사람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 마음은 물리적인 거리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소중하고 애틋하지요. 마음이 그래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하죠. 희한한 것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못을 했을 때, 죄악감을 견뎌야 하는 그 순간에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고 영원하리라는 믿음이죠. 그 믿음이 죄와 벌이라면 그마저 생각하는 일,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오늘만큼은 저의 잘못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려 해요.

이서하 <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