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지에 관광객 발길 이어지고 주변 식당 매출도 올라
포항 구룡포가 뜬다…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효과 톡톡
"드라마 촬영지라고 해서 구경하러 왔는데 때마침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으니까 더 신기하고 좋아요.

"
3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만난 박모(24)씨와 최모(22)씨는 "경남 진주에서 포항으로 탁 트인 바다를 보러 왔다가 행운을 만났다"며 즐거워했다.

평일임에도 구룡포읍 일본인 가옥거리에는 박씨나 최씨뿐만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골목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포항시는 최근 일본인 가옥거리를 찾는 관광객이 평일에 1천명, 주말에 4천∼5천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주말에는 읍내 도로와 주차장에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차가 몰리면서 주민이 불편을 겪을 정도다.

인터넷 포털에서도 '포항 일본인 가옥거리'를 검색하면 최근 올라간 게시물이 일일이 세기 어려울 만큼 많다.

구룡포 골목이 인기인 이유는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극 중에는 충청도가 배경이지만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주로 촬영됐다.

최근 시청률이 16%대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촬영지인 구룡포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전체 길이 457m인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바다와 접해 풍광이 아름답고 1920∼1930년대 모습을 간직한 목조주택이 많다.

드라마에 나오는 소박한 어촌 게장거리를 표현하기에는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가 적지인 셈이다.

포항 구룡포가 뜬다…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효과 톡톡
30일에는 29일에 이어 이곳에서 드라마가 촬영됐다.

많은 관광객은 촬영 소식을 듣고는 곧바로 촬영지인 일본인 가옥거리 뒤쪽 언덕에 있는 구룡포공원으로 가서 먼발치에서나마 지켜봤다.

촬영 때문에 멀리서부터 통제했음에도 40여명의 관광객이 서 있었다.

한 관광객은 "경찰관 복장을 한 배우를 봤는데 그가 배우 강하늘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밝게 말했다.

드라마 포스터가 촬영된 구룡포공원 계단에는 포스터에 나온 주인공과 비슷한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이곳은 구룡포항과 바다,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여 평소에도 풍광이 아름다운 명소로 소문 난 곳이다.

드라마가 촬영되다 보니 일본인 가옥거리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옹산 게장거리를 표현한 간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한 부부는 "여기가 드라마에 나오는 거기인가 봐"라며 게장을 판다고 써놓은 표지판을 가리키기도 했다.

어떤 관광객은 '진짜 게장을 파는 곳으로 착각해 사려고 들어갔다'고도 했다.

포항 구룡포가 뜬다…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효과 톡톡
동백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이 술집으로 운영하는 가게 '까멜리아'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끊이질 않았다.

원래 이곳은 예전에는 여관으로 사용되던 곳으로 현재는 각종 문화 프로그램 진행공간인 문화마실로 이용된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잠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정취 때문에 일본인 가옥거리를 드라마 세트장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거리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세트장과는 차이가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람이 사는 공간이어서 생명력이 있어서다.

일본인 가옥거리는 일제 강점기에 구룡포에 살던 일본인이 만든 집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곳이다.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 주민이 어업을 위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이곳으로 이주해 마을을 형성했다.

당시 구룡포 앞바다는 말 그대로 황금어장이었다.

포항 구룡포가 뜬다…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효과 톡톡
일본인들은 구룡포에 자리 잡고서 일본식 집을 지어 살다가 일제가 패전하자 귀국했다.

이곳에는 부자로 알려진 하시모토 젠기치가 살림집으로 지은 대규모 2층 목조 가옥(구룡포 근대역사관)을 비롯해 여관, 식당, 상점, 목욕탕, 주택 등이 있었다.

광복 이후 일본인이 버리고 간 집을 구룡포 주민이 불하받아서 현재까지 살고 있다.

1942년에 구룡포에 일본인이 231가구 910명이 살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2003년 조사했을 때는 현재의 일본인 가옥거리에 전체 집이 87채 있고 일본식 가옥으로 상태가 괜찮은 곳이 25채 있었다고 했다.

포항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인 거주지역이었던 이곳에 있는 28채의 건물을 보수해 일제 착취 흔적을 기억할 수 있는 교육장이자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일본인 가옥거리로 정비했다.

처음에는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로 이름을 지었지만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있어 설문조사를 거쳐 2015년 7월 일본인 가옥거리로 바꿨다.

시 관계자는 "일제 강점기 이후에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개보수가 많이 이뤄져 온전한 주택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일본풍이 남은 가옥은 20여채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이곳에서는 근대 모습을 볼 수 있어 관광객이 이어졌고 덩달아 일본 음식이나 차를 팔고 옷을 빌려주거나 향수를 자극하는 물품을 파는 상점도 문을 열었다.

포항시는 올해 포항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포항 12경 중 한 곳으로 이곳을 선정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MBC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촬영지였고 2012년 12월 국토해양부가 주최한 '2회 대한민국 경관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꾸준히 관광객이 이어졌지만 최근 한국과 일본 관계가 악화하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줄었다.

그러다가 최근 드라마 열풍을 타고 관광객이 급증했다.

포항 구룡포가 뜬다…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효과 톡톡
구룡포에 있는 짬뽕식당과 찐빵가게, 국수 가게도 입소문을 타고 장사가 잘된다고 한다.

일본인 가옥거리에 있는 한 식당업주는 "드라마 방영 전에 비하면 매출이 20% 정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끝나면 많은 촬영지가 그랬듯 관광객이 줄 수 있다.

이에 포항시는 지속해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다른 관광지와 연계해 홍보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박종율 시 관광마케팅팀장은 "앞으로 구룡포 특산물인 과메기 철이 다가오기 때문에 드라마가 끝나더라도 관광객은 꾸준히 올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올 수 있도록 일본인 가옥거리에 포토존이나 각종 홍보물을 설치하고 인근 호미곶,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등과 연계해 관광할 수 있도록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