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커피 29초영화제’에는 이색 아이디어와 독특한 영상미를 담은 작품이 대거 출품돼 눈길을 모았다.
"피 중에 제일 맛있는 피는 커피"…재치 넘치는 아이디어 눈길
일반부 장려상을 받은 박상연 감독의 ‘피 중에 제일 맛있는 피는 커피’(사진)는 드라큘라와 커피 이야기를 접목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 여인이 커피를 마시며 걷고 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어 뒤에서 드라큘라가 쫓아오는 줄도 모른다. 드라큘라가 나타나자 여성은 깜짝 놀라 커피를 드라큘라 얼굴에 쏟는다. 드라큘라는 이때 커피를 처음 맛보게 되고 여성에게 묻는다. “음~이건 새로운 맛이야. 언빌리버블! 이건 뭐지?” 여성이 “커피요”라고 답하자, 드라큘라는 커피를 빼앗아 도망간다.

일반부 특별상을 수상한 신민선 감독의 ‘CIRCLE OF LIFE’는 흑백과 컬러 영상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이를 통해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진 커피 이야기를 재밌게 담아냈다. 흑백 영상에선 한 남자아이가 커피 자판기를 향해 뛰어간다. “어머니, 휘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요.” 어머니가 “휘야, 커피 마시면 키 안 큰단다”라고 말하자, 아이는 한숨을 내쉰다. 장면이 바뀌어 컬러 영상이 흐른다. 어른 남성이 “이게 아직 여기에 있네”라며 자판기에서 커피를 누른다. 남자아이가 성인이 돼 커피를 마시는 설정이다. 옆에 있던 딸은 “아빠, 이거 마시면 키 안 큰댔어”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빠는 딸과 커피를 나눠 마시며 말한다. “괜찮아, 키는 유전이야.”

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유연재 감독의 ‘닮아가다’는 비슷한 주제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냈다. 엄마가 일하며 마시던 커피를 몰래 마셔보는 한 여자 꼬마아이. “뭐야, 쓰잖아”라고 하자 엄마는 “쓰기는. 엄마는 향기롭기만 한데”라고 웃으며 말한다. 시간이 흘러 그 여자아이는 성인이 돼 책상 앞에 앉아 있다. 잔뜩 쌓인 서류 틈에 앉아 “인생이 쓰다, 그래도 커피는 향기롭네”라고 말한다. 문득 엄마가 과거에 했던 말이 생각난 듯 미소 짓는다. 시간이 흘러 자신도 엄마처럼 커피의 진정한 맛을 아는 성인이 된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