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예술이 된 한글
한 여성이 ‘빛’이라고 쓰인 글자들을 사진 찍고 있다. ‘빛’은 오른쪽으로 가면서 조금씩 모양이 바뀌어 간다. 문화역서울 284(옛 서울역사)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의 한 장면이다. 올해로 여섯 번째인 이 행사에는 ‘타이포그래피와 사물’을 주제로 전 세계 22개국 127개 팀이 참가해 다양한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글자는 모양에 따라 본래 뜻이 더 강해지거나 돋보인다. 타이포그래피는 글자 형태와 배치의 변화를 통해 디자인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대중의 문자 해독력이 높아지고 인쇄술이 발달한 17~18세기 서양에서 타이포그래피가 퍼지기 시작했다. 20세기 대량소비의 시대를 맞아 타이포그래피는 활짝 꽃을 피웠다. 대중의 시선을 손쉽게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광고 및 마케팅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요즘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한글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한글은 익히기 쉬운 데다 패턴이나 모양을 만들기 가장 좋은 문자라서 그렇다고 한다. 언젠가 한글날이 세계적 기념일이 되는 시대를 상상하게 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