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행성도 위성도 아닌 명왕성의 '존재 가치'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외웠던 태양계 행성의 순서가 ‘수금지화목토천해’로 수정된 지 13년이 흘렀다.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총회에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명왕성은 행성에서 왜소 행성으로 강등됐고 태양계 행성은 8개로 줄었다.

<명왕성 연대기>는 명왕성의 행성 자격 논쟁부터 강등, 그 이후의 후폭풍까지 세밀하게 추적한 책이다. 명왕성 논란은 2000년 미국 뉴욕의 헤이든 천체 천문관 주변에 설치한 태양계 행성 관련 전시물에서 명왕성이 빠지면서 시작됐다. 천체 물리학자인 저자는 당시 천문관 관장이자 전시 책임자였다. 명왕성 마니아들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몰렸던 저자는 정치적·문화적·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섰던 명왕성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명왕성 행성 자격 논쟁은 천문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덕분에 국제 천문학계는 행성의 정의를 정식화했다. 행성도 위성도 아니지만 태양계의 일원인 천체를 정의하는 ‘왜소 행성’ ‘태양계 소천체’ 같은 개념도 재정립했다.

저자는 명왕성 논쟁의 전개 과정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데 당시 자신이 받았던 편지와 언론을 달군 기사, 다른 천문학자들과 벌인 토론 내용을 적절히 활용한다. <블랙홀 옆에서> <오리진> 등의 저서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온 저자의 책답게 과학 문외한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책 끝엔 명왕성 행성 자격 논쟁을 다룬 노래들도 부록으로 실었다.

행성으로서의 지위는 잃었지만 명왕성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명왕성을 행성으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저자는 “무거운 심정으로 명왕성의 강등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명왕성은 20세기 우리 문화 및 의식 깊숙이에 생생히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여느 대가족마다 으레 있게 마련인 문제아처럼 우리 태양계 행성 가족의 다양성을 보장해준다”며 명왕성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김유제 옮김, 사이언스북스, 304쪽, 1만65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