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서 1인 방송 '도깨비 라디오' 진행…직접 선곡·게스트 섭외
보컬 박완규 다시 합류한 부활, 10월 콘서트…"드럼은 운명이자 천직"
부활 드러머 채제민 "BJ 도전, 외모와 달리 목소리 편안하대요"

아프리카TV에서 1인 방송을 하는 관록의 밴드 드러머가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아프리카TV에서 매주 월~목요일 밤 10시 음악 전문 방송 '채제민의 도깨비 라디오'를 진행하는 부활 멤버 채제민(50)이다.

BJ명은 '드럼앤스틱'.
드럼 스틱을 잡는 뮤지션의 도전이 의외겠지만 그가 진행 마이크 앞에 앉기는 처음은 아니다.

인천 출신인 그는 2012년부터 1년간 경인 방송 iFM '채제민의 도깨비 라디오' DJ석을 지켰다.

'록의 메카'란 음악 역사가 있는 인천에서 도깨비가 나올 법한 심야에 록을 틀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또 2014년에는 시나위 출신 드러머 김민기와 팟캐스트 '드럼앤드러머 쇼'(일명 디디쇼)도 2년간 진행했다.

이들 방송이 끝나자, 그는 음악으로 계속 소통하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다.

음악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아프리카TV에선 자유롭게 음악을 틀 수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마포구 신정동 작업실에 방음벽과 카메라를 설치했다.

타이틀은 DJ를 맡았던 이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가져왔다.

부활 드러머 채제민 "BJ 도전, 외모와 달리 목소리 편안하대요"

최근 마포구 상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채제민은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든 한다"며 "대본 없이 하는 건 '디디쇼'를 하면서 감을 잡았다.

제가 투박한 외모와 달리 목소리는 편안하다고 한다"고 웃었다.

2시간여 방송에도 그는 PD와 작가 없이 선곡, 프로그램 구성, 게스트 섭외까지 모든 과정을 손수 맡는다.

요일별로 가요, 팝, 인디 뮤직, 록 등 테마도 짰다.

최근 부활 보컬로 복귀한 박완규, 부활 객원 베이시스트 이윤종, 가수 최호섭 등이 게스트로 출연해 라이브를 들려주거나 음악 얘기를 풀고 함께 신청곡을 튼다.

부활의 숨겨진 에피소드와 근황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1980~90년대 유행했거나, 제가 어린 시절 감동한 음악을 주로 소개하죠. 가요는 신승훈, 박정현 등 제가 세션한 가수들 곡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요.

록은 레드 제플린, 본조비 등 한층 다양하죠. 편파 방송처럼 부활 노래도 빼놓지 않고 선곡합니다.

"
그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던 라디오 세대를 주청취자로 잡았다"며 "시청자들이 음악 선곡이 좋다거나, 그 시절이 떠올라 힐링 됐다고 하면 보람을 느낀다.

'아빠 바라기'인 20대 딸도 제 방송 때 닉네임을 속이고 들어와 댓글을 달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BJ에게 후원하는 별풍선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그는 "그러고 보니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별풍선이 몇 개 모였는지도 모르겠어요.

당연히 10원도 찾지 않았고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돈 버는 게 주된 목적이 아니니까요.

반응이 오는 건 실시간 채팅 수가 늘어나는 걸 보며 느끼죠. 더 재미있게 하고싶어 좀 웃겨야 하는 건가란 생각도 합니다.

하하."
부활 드러머 채제민 "BJ 도전, 외모와 달리 목소리 편안하대요"

운명으로 여기는 드럼과 연을 맺은 것은 인천 제물포고교 3학년 때. 복싱과 유도를 하던 그는 친구 합주실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드럼 스틱을 잡게 됐다.

"사람은 천직이 있다는 걸 믿어요.

평생 운동해야겠다고 생각할 땐 '땡땡이'를 쳤는데 드럼은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매일 10시간 이상 연습했으니까요.

레드제플린의 존 본햄, 머틀리 크루의 토미 리 같은 드러머에 영향을 받았어요.

"
인하공전 토목과에 진학한 그는 교내 동아리 '티삼스' 3기로 1987년 강변가요제에 출전했다.

그가 드럼을 치던 밴드 티삼스는 '매일 매일 기다려'로 동상과 가창상을 받았고 이듬해 아세아레코드에서 1집을 내며 데뷔했다.

그러나 티삼스는 앨범 한장을 낸 뒤 팀이 깨졌고, 그는 1990년 이승환을 시작으로 김건모, 신승훈, 윤종신, 조관우, 지오디 등 잘 나가던 가수들 음반에서 드럼과 퍼커션을 연주했다.

1985년 결성된 부활에 합류한 것은 1998년 6집 때.
"부활 세션으로 건반을 연주하던 최승찬 형이 정식 멤버로 합류하자고 제안을 했죠. 숨도 안 쉬고 '콜'이라고 했어요.

밴드를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
그러나 6집 보컬 김기연이 녹음 막바지 성대결절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최승찬도 팀을 나가면서 그 역시 1년 만에 부활을 나왔다.

그는 "부활이 정말 좋았지만 '내 의지대로 남아있는 게 맞나, 승찬이 형과 의리를 지키는 게 맞나' 고민하다가 의리를 택했다.

팀을 나가면서 김태원 형에게 제 상황을 설명하는 편지를 쓴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부활을 나와 2001년 밴드 주니퍼로 '하늘 끝에서 흘린 눈물'을 냈지만 이마저 흐지부지됐다.

채제민이 부활에 복귀한 것은 3년 만인 2002년 8집 때였다.

부활 명반이던 1·2집 보컬 이승철이 8집 때 부활과 재결합하면서 채제민도 함께 들어갔다.

"승철이 형이 제안했지만, 사실 그때 태원이 형이 싫다고 하면 합류하지 못했을 거예요.

복귀해서 지금까지 17년이니 부활은 제 인생을 바꿔준 정말 특별한 가족이죠."
부활 드러머 채제민 "BJ 도전, 외모와 달리 목소리 편안하대요"

그는 척박한 밴드 시장에서 34년간 현재진행형인 부활의 힘은 '배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 견해차가 있는 멤버들이 자기주장을 내세우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보컬이 여러 번 바뀌면서도 부활이 명맥을 이은 건 태원이 형이 중심을 잡아줘서다.

형 별명이 중립국 스위스"라고 웃었다.

물론 근래 변화는 있었다.

부활의 터줏대감 베이시스트 서재혁이 나갔고, 10대 보컬 김동명이 빠진 자리를 5대 보컬 박완규가 11대 보컬로 다시 합류했다.

박완규는 지난 7월 '도깨비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나이로) 47살 막내"라고 하자 채제민은 "너 들어와서 평균 연령이 확 올라갔다"면서도 박완규의 합류로 팀 에너지가 넘친다고 자랑했다.

새롭게 태어난 부활은 10월 12일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부활 본 어게인 라이브 투어'를 개최한다.

부제는 '한국 록의 전설'이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