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뉴요커 사랑과 좌절 그린 소설 '우아한 연인'

미국 근현대사에서 조지 워싱턴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상징적으로 대별되는 한 쌍이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은 권위, 야망, 절제, 성공의 대명사다.

영국과 맞서 싸운 독립군 총사령관으로 미국 독립을 진두지휘했고 세계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정진한,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의 표상이자 현재까지도 미국인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다.

독립국 미국의 탄생과 민주주의 확립,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할 번영의 기틀이 그의 손에서 마련됐다.

소로는 워싱턴과 같은 유형적 업적을 이룬 적은 없지만, 역시 미국인이 존경하는 인물이다.

이른바 '자연주의자'의 대명사이면서 '월든'과 같은 저서를 통해 미국인의 정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사상가 겸 문학가이면서 화가였고, 사회적·물질적 성공보다는 은둔의 아이콘이 되는 길을 추구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임에도 필요하다고 여길 땐 사회 참여를 마다하지 않았다.

멕시코 전쟁에 반대해 인두세(人頭稅) 납부를 거절한 죄로 투옥됐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시민의 반항'은 마하트마 간디의 저항 운동, 미국 내 반전 운동 등에 영향을 줬다.

이처럼 상반된 족적을 남긴 두 위인은 사후에도 미국 젊은이들의 정신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남아있다.

인간은 단순하기보다 복잡한 존재여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가 어렵다.

젊은이들은 워싱턴 같은 성공 스토리를 지향하다가도 때론 소로와 같은 낭만적 자유와 무위를 누리고 싶기도 하다.
워싱턴과 소로의 사이에서 방황한 '순수의 시대'
미국 보스턴 출신 에이모 토울스의 소설 데뷔작 '우아한 연인'(현대문학 펴냄)에 등장하는 1930년대 주인공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공황의 말미, 그리고 순수의 시대. 재즈와 예술적 창작 에너지가 골목마다 흐르는 뉴욕을 무대로 젊은이들의 사랑과 좌절, 방황이 서사시처럼 펼쳐진다.

주인공인 젊고 유능한 은행가 팅커는 조지 워싱턴처럼 성공 가도를 달리는 신사다.

실제로 워싱턴을 닮고 싶어 워싱턴이 남긴 '사교와 토론에서 갖춰야 할 예의와 품위 있는 행동 규칙'을 강박적으로 외우고 다닌다.

성공을 추구하지만, 속물이 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워싱턴의 품위를 몸과 마음에 담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민자의 딸이자 노동자 계급인 케이트와 이브를 만나면서 팅커의 삶은 바뀌어 간다.

각박한 삶을 살지만 꿈과 자유분방함을 갖춘 두 여성에게서 팅커는 해방감과 함께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맛본다.

케이티가 알려준 소로의 '월든'은 그의 정신세계를 변화시킨다.

언제나 최고와 넘칠 듯 가득함을 추구하던 팅커의 철학에 '미니멀리즘'의 변주곡이 울려 퍼진다.

덕분에 그는 워싱턴의 규칙 중 마지막 110번째 항에 나오는 '양심의 불꽃'이 온전히 어떤 의미인지도 알게 된다.

두 여주인공의 삶도 팅커와 접촉으로 상전벽해처럼 변화한다.

팅커를 매개로 상류층 사교계에 진출한 그들은 계층 상승과 신세계로의 진입을 이뤄간다.

하지만 팅커가 사랑한 이브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이들의 삶은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팅커는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처럼 남은 인생을 이브에게 바치기로 한다.

이들의 삶과 꿈, 양심 속에서 워싱턴과 소로의 철학은 궁극의 합일을 이룬다.

대가들의 방법론은 다르지만 결국 종착의 목표는 같다는 말처럼 워싱턴과 소로의 가르침은 젊은이들에게 다르지 않은 메시지로 작용한다고 작가는 넌지시 말한다.

2011년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됐을 때 현지 언론은 '순수의 시대'와 '위대한 개츠비'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평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세계 20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2012년 프랑스 피츠제럴드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