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접어들면서 오페라 팬들이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시작으로 국립오페라단, 서울시오페라단, 수지오페라단 등 유수의 단체가 준비한 크고 작은 무대가 줄을 잇고 있어서다.

다음 달까지 공연할 주요 작품들을 정리했다.

◇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라 론디네'
우리말로 '제비'를 뜻하는 푸치니 오페라 '라 론디네'가 오는 19일과 21일 이틀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국내 초연된다.

192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람발도의 연인인 주인공 마그다가 시골 청년 루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지만, 끝내 람발도에게 되돌아간다는 내용이다.

마그다의 선택이 고향으로 회귀하는 한 마리 제비와 닮았다.

이번 무대에서는 세계적인 테너 롤란도 빌라존이 연출해 화제를 모은 베를린 도이체오페라극장 레퍼토리를 오리지널 프로덕션으로 만날 수 있다.

루마이나 출신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를 비롯해 소프라노 알렉산드라 휴턴, 테너 레오나르도 카이미, 바리톤 호세 파딜라 등이 출연한다.

관람료 1만∼10만원.
가을밤 적실 오페라의 향연…라 론디네·1945·카르멘
가을밤 적실 오페라의 향연…라 론디네·1945·카르멘
◇ 국립오페라단 '1945'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27일과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1945'를 세계 초연한다.

2년 전 국립극단이 명동예술극장에 올렸던 연극을 원작자인 배삼식 작가가 오페라 대본으로 각색하고, 최우정 작곡가와 고선웅 연출이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작품은 1945년 해방 직후 만주를 떠돌다 '전재민(戰災民) 구제소'에 몰려든 조선인들을 세밀하게 관찰한다.

조국으로 돌아갈 기차를 기다리는 군상 중에는 아편쟁이도, 지식인도, 위안부로 끌려갔던 여인들도 있다.

핵심 인물은 '분이'와 '미즈코'다.

조선인 위안부였던 분이는 역시 위안부였던 일본인 미즈코와 온기를 나눈 덕분에 지옥같은 시간을 죽지 않고 살아냈다.

해방이 왔지만 분이는 미즈코를 버리지 않는다.

그를 벙어리 친동생이라 속여가며 돌본다.

결국 작품이 말하는 건 평화다.

우리말과 선율로 된 창작 오페라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를 모은다.

관람료 1만∼8만원.
가을밤 적실 오페라의 향연…라 론디네·1945·카르멘
가을밤 적실 오페라의 향연…라 론디네·1945·카르멘
◇ 수지오페라단 '카르멘'·서울시오페라단 '돈 조반니'
민간오페라단인 수지오페라단이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오는 2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019 오페라 카르멘 갈라'를 연다.

박수지 단장이 2009년 창단한 수지오페라단은 '나비부인', '가면무도회', '라 트라비아타' 등 굵직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불가리아 출신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나디아 크라스테바가 처음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지휘는 마크 깁슨이, 연출은 마리오 데 까를로가 맡아 비제의 걸작 '카르멘'을 들려준다.

관람료 2만∼30만원.
서울시오페라단은 10월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페라 '돈 조반니'를 올린다.

모차르트의 걸작인 이 작품 주인공 돈 조반니는 유명한 바람둥이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그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돈나 안나, 돈 조반니에게 미련이 남아있는 돈나 엘비라, 그리고 철없는 농촌 아가씨인 체를리나를 돈 조반니가 농락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이 연출하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가 합을 맞춘다.

관람료 3만∼12만원.
가을밤 적실 오페라의 향연…라 론디네·1945·카르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