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공연 '다른 이야기' 리뷰
생소함과 익숙함이 교차한 평창대관령음악제

비 갠 대관령의 밤이 생경한 아름다움을 담은 음표들로 젖어 들었다.

7월 31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막을 올린 올해 제16회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다른 이야기'라는 주제에 걸맞게 참신한 선곡으로 관심을 모았다.

첫 곡으로 연주된 '세 목동'은 러시아 작곡가 로디온 셰드린(87)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쓴 곡으로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작품이다.

2015년 바이츠퀸텟이 국내 초연했으며, 이번이 두 번째 무대였다.

오보이스트 함경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플루티스트 조성현은 차례로 암전된 무대를 가로질러 들어와 연주한 뒤 다시 한 사람씩 무대 뒤로 사라졌다.

독특한 연출에 객석은 술렁였다.

조성현은 "'세 목동'은 곡 자체가 불협화음이나 '음 이탈'처럼 들리기도 한다.

개별 악기 멜로디는 굉장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운데, 세 악기가 모이면 불협화음을 만들다가 어느 순간 맞아들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주자들이 걸으며 연주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원래 악보에 그런 연출이 상세하게 지시돼 있다"고 했다.

그는 "손열음 예술감독님이 2015년 무대를 보신 뒤 이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하면서 꼭 개막작으로 넣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관객이 낯선 곡을 처음 접할 때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되긴 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모리스 라벨(1875∼1937)의 '어미 거위' 모음곡이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김선욱의 손끝에서 연주됐다.

라벨이 평소 예뻐하던 조각가 치프리앙 고데프스키의 어린 자녀를 위해 쓴 곡인 만큼, 쉽고 직관적인 해석이 돋보였다.

생소함과 익숙함이 교차한 평창대관령음악제

휴식 후 조르주 에네스쿠(1881∼1955)의 '전설'과 뱅상 댕디(1851∼1931) '옛날풍의 모음곡'이 이어졌고, 또 한 차례 휴식 후 슈베르트(1797∼1828) '송어'가 대미를 장식했다.

연주자들은 긴박감 넘치는 리듬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청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공연은 손열음의 기획력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암전된 무대에서 펼쳐진 '세 목동'의 낯섦부터 환한 조명 아래 축제처럼 선사한 '송어'의 익숙함은 세심한 기획의 결과물이었다.

손열음은 프로그램북에서 "각 공연이 묘하게 서로와 대비되고 또 이어져 마치 단편소설집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실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해와 출연자들이 겹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손열음의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인 30대 젊은 연주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새로운 얼굴이나 거장을 만나기 힘들다는 아쉬움이다.

이에 대해 손열음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다르게만 하려다 보면 내가 원래 하려던 것에서 멀어진다.

겹치는 연주자가 있더라도 안정적으로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는 데 집중하고 싶었다"며 "올해는 작년과 접점이 있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프로그램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시작한 축제에서는 지난해까지 740명 연주자가 422회 공연을 선사했으며 47만7천155명 관객을 모았다.

음악학교를 거쳐 간 예비 음악인도 1천951명에 달한다.

올해 축제는 10일까지 이어진다.

생소함과 익숙함이 교차한 평창대관령음악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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