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 가면 “휴대폰 전원이 꺼졌는지 확인해 달라”는 안내를 받는다. 휴대폰이 울리거나 진동으로 하더라도 화면 빛이 새어나와 공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극단 화담이 서울 대학로 익스트림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나만빼고’.
극단 화담이 서울 대학로 익스트림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연극 ‘#나만빼고’.
극단 화담이 지난 5일부터 서울 대학로 익스트림씨어터 무대에 올리고 있는 연극 ‘#나만빼고’에선 정반대다. 휴대폰을 끄지 말고 공연을 보라고 한다. 이뿐 아니다. 무대를 보다가 휴대폰을 보고, 카카오톡으로 대화까지 하라고 한다.

공연은 카카오톡으로 배우와 관객이 직접 대화하며 전개된다. 주인공 진욱의 친구가 돼 카카오톡 단체방에 초대되는 방식이다. 대형 프로젝터를 통해 대화가 실시간 중계된다. 극단 화담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관객 참여형 연극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최근 다양한 관객 참여형 공연이 시도되고 있는데 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휴대폰을 활용한 소통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극중 진욱은 고백 한번 해보지 못하고 홀로 이별 여행을 하는 청년이다. 그가 여행 도중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네 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로 펼쳐진다. 진욱의 시선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사랑, 부부간 사랑, 같은 공간 속 낯선 사람들과 만남, 한 가족의 사랑 등을 담아낸다. 작품은 대체로 경쾌하고 가볍게 전개되다가 어느 순간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진욱은 마침내 용기를 얻고 고백을 준비한다. 극단 관계자는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세대와의 관계를 보여준다”며 “남녀노소가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고 강조했다. 공연은 오픈런(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고 흥행 여부에 따라 결정)으로 열린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