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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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차 A씨는 출산을 앞두고 시어머니의 과도한 간섭에 지쳐가고 있다.

아이가 커서 유도분만 날짜를 잡기로 한 것을 시어머니에게 지나가듯 얘기한 게 화근이었다. 시어머니는 당장 좋은 날을 받으러 가야한다며 A씨와 함께 나섰고 결국 보름날 오전 7시로 날을 받았다.

A씨는 "유도분만으로는 정확한 시간에 아이가 태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며 시어머기 대뜸 '제왕절개'를 추천했다"며 "꼭 그날 낳아야 좋다는 얘기에 나도 한발 물러서 '유도분만을 해보고 안되면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왜 제왕절개를 하자고 미리 정해두냐"고 따지면서 커졌다. 남편과 통화한 시어머니는 '부부인 너희들이 상의해서 정하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왔다. A씨는 애초 계획대로 유도분만을 하고 싶어 남편에게도 뜻을 전하고 병원 스케줄을 예약했다.

그랬더니 자초지종을 알게된 시어머니의 태도가 달라졌다. 본인이 '제왕절개'를 양보했으니 받아온 날짜와 시각에 아이를 낳으려면 전날 밤에라도 가서 분만을 시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였다.

A씨는 "시어머니께 '제왕절개는 제가 결정할 문제지, 어머니께서 양보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래도 우린 가족이잖아!'라며 만삭인 산모에게 고함을 쳤다"며 "무섭고 긴장해서 손이 다 떨렸다"고 회상했다.

남편도 A씨의 편이 아니었다. 아랫사람이 한번 져주지 그랬냐는 뉘앙스로 "왜 다 당신 마음대로 하느냐"고 윽박지른 것. A씨는 "아기 낳는 날짜를 산모가 정하는 게 내 고집만 피우는거냐"며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건지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반적으로 출산 방법은 질식분만과 제왕절개로 나뉘는데 여기서 질식분만에는 자연출산, 유도분만, 무통분만 등이 포함된다. 제왕절개는 통상 태아나 모체에 이상이 있을 때, 또는 산모가 원하는 경우에 한해 실시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수년간 제왕절개 분만 비율 높아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부터 2018년 9월까지 출산 기혼여성 17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제왕절개 분만율은 42%로 집계됐다. 출산연령이 높을수록, 첫째아이일수록 제왕절개 분만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왕절개 분만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50개국의 평균 제왕절개율은 19% 정도다.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제왕절개 분만 비율은 전체 산모의 15%로 우리나라의 1/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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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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