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7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극단의 연극 ‘콘센트-동의’.
다음달 7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극단의 연극 ‘콘센트-동의’.
첫 장면부터 지독한 불편함과 마주했다.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극단의 연극 ‘콘센트-동의’는 처음부터 성폭력과 간통 등 간단치 않은 소재를 끄집어내 180여 분간 쏟아내듯 펼쳐보인다. 무대에서 뿜어지는 강렬한 메시지와 질문의 힘은 객석을 압도한다.

영국 극작가 니나 레인이 쓴 이 작품은 2017년 영국 국립극장에서 초연됐을 때도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공연은 성폭력 피해자가 무대를 스산하게 걸으며 시작된다. 관객들은 이 장면부터 싸늘한 눈빛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후 해당 사건과 이를 맡은 변호사 부부들의 이야기가 교차돼 나온다. 변호사 부부들은 겉보기엔 화려하고 교양이 넘친다. 그러나 각자 맡은 강간이나 살인 사건에 대해 피의자인 것처럼 흉내내며 박장대소한다. 이 부부들의 관계도 원만치 않다. 극은 키티(신소영 분)와 에드워드(김석주 분) 부부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에드워드는 자신이 맡은 피의자 변호를 위해 성폭력 피해자를 몰아붙여 승소한다. 키티는 그런 에드워드의 태도를 비난하며 에드워드 친구인 팀과 바람을 피운다.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방식은 도발적이면서도 강력하다. 무대도 의도적으로 부조화스럽게 구성했다. 진한 분홍색 벽면의 집을 배경으로 하는데,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잔해들이 나뒹굴고 있다. 난해하지만 의미 있는 질문을 쏟아내며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끊임없이 던진다. 때론 할퀴고 지나가듯 심한 상처가 남는 느낌도 든다. 성폭력 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과 키티의 이중적인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극의 과도한 설정들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는다. 작품 자체가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를 표현하기 위한 설정은 깔끔한 편이 좋지 않았을까. 극은 지나치게 외설적인 묘사들로 보는 내내 마음을 거북하게 한다. 외국 작품이더라도 필요한 부분만 간결하게 표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은 다음달 7일까지 열린다. 만 19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