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추남, 미녀’.  /예술의전당 제공
다음달 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추남, 미녀’. /예술의전당 제공
‘미녀와 야수’를 연상시키는 제목만 보고 두 남녀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나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추남, 미녀’는 추남과 미녀로 상징되는 외모에 대한 세상의 선입관과 편견에 맞서온 두 남녀의 삶을 그린다.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설정, 다채로운 캐릭터의 등장이 신선하고 파격적으로 다가오는 무대다. 예술의전당이 자체 제작한 기획 공연이다. 대학로 재주꾼 오세혁 작가가 각색한 희곡을 극단 여행자의 연출가 이대웅이 무대화했다.

원작은 벨기에 출신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이다. 꼽추인 데다 얼굴도 못생겼지만 지적인 조류학자 ‘데오다(백석광 분)’와 아름다운 외모를 타고난 인기 보석 모델 ‘트레미에르(정인지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과 달리 연극에선 두 사람이 만난 이후의 이야기가 없다. 대신 두 사람이 만나기 전까지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그린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외모로 인해 마주하는 수많은 세상의 편견과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 과정을 그려내는 방식이 흥미롭다. 천천히 짚어가는 게 아니라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빠르고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람은 방송 인터뷰에 응하게 되는데, 각자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이야기한다. 인터뷰할 때면 배우들은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한다. 관객은 클로즈업된 배우들의 얼굴을 스크린을 통해 본다. 화면은 다소 일그러진 듯하게 비춰지는데, 이를 통해 감춰진 내면의 소리를 전한다.

2인극이지만 등장 인물이 20여 명에 달한다. 데오다를 놀리는 어린 친구, 트레미에르의 할머니 등 다양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의 향연이 펼쳐진다. 두 명의 배우는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소화해낸다. 한 캐릭터 안에서 순수와 파격을 동시에 그려내기도 한다. 배우 백석광은 랩과 춤까지 선보이고, 정인지는 아름답지만 상처로 가득한 내면을 능숙하게 끄집어낸다.

데오다란 인물의 새로운 해석이 돋보인다. 못생긴 꼽추지만 등을 계속 구부리고 있거나 인위적으로 표정을 찡그리거나 하지 않는다. 대사와 내면 연기만으로 위축된 심리를 드러낸다. 백석광은 이에 대해 “추함을 비하하지 않고 표현하고자 했다”며 “이 또한 결국 타자의 시선에서 오는 것일 뿐임을 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다음달 19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