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말 시작된 위작 논란
지난해 사실상 마무리돼
퐁피두센터 메츠 전시 호재
서울옥션이 오는 29일 홍콩 센트럴 SA+ 전시장에서 여는 홍콩 경매에 추정가 9억~12억원으로 출
품한 이우환의 1986년작 ‘바람으로부터’.

서울옥션이 오는 29일 홍콩 센트럴 SA+ 전시장에서 여는 홍콩 경매에 추정가 9억~12억원으로 출 품한 이우환의 1986년작 ‘바람으로부터’.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면 ‘블루칩 화가’의 그림값은 가장 먼저 오르고 상승폭도 가장 크다. 탄탄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활황기에는 시장을 선도한다. 불황기에도 작품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국 미술시장에서 김환기와 함께 대표적인 ‘블루칩 작가’로 꼽히는 이우환(83)은 최근의 침체된 미술시장에서도 그림값이 탄력을 받고 있고 거래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단색화 대가(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의 그림값이 조정받은 시점이어서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술계는 2014년 말 시작된 이우환 위작 논란이 지난해 사실상 마무리된 데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프랑스 퐁피두센터 메츠의 대규모 회고전 영향으로 국제적 관심이 더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이우환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망라한 메츠 전시는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국내 기업 프로모션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이를 계기로 그림값도 다소 힘을 받을 것”으로 낙관했다.

이우환 그림값 들썩…파리 '퐁피두센터 메츠'展 훈풍 부나

작년 낙찰액 151억원, 낙찰률 87%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이우환 그림은 작년 국내 경매시장에서 출품작 116점 중 107점이 팔려 낙찰률 87%, 낙찰총액 151억원을 기록했다. 낙찰총액은 위작 논란이 시작된 2014년(87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는 100호 크기의 점 시리즈가 15억원에 팔려 그림값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이우환 그림 거래도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옥션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연 봄철 경매에서 이우환의 4억원대 그림인 ‘바람과 함께’ 등 세 점이 모두 낙찰됐다. 서울옥션은 매수세가 유입되자 오는 29일 치르는 홍콩 경매에도 ‘바람으로부터’(9억~12억원) 등 고가 작품 다섯 점을 내놓았다. K옥션도 20일 봄철 경매에 무려 9점(약 26억원)이나 출품했다. 1987년작 150호 크기의 ‘바람과 함께’(12억~16억원)를 비롯해 30호 크기의 또 다른 ‘바람과 함께’(1억8000만~4억원), 1993년작 ‘조응’(2억2000만~3억5000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도 이우환의 작품은 작년 초보다 대략 5%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의 100호(130×160㎝) 크기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시리즈는 10억~13억원에 나와 있고, 같은 크기의 ‘점’ 시리즈는 점당 10억원, ‘조응’ 시리즈는 2억~3억원 선을 호가한다.

23억원대 ‘선으로부터’가 최고가

이우환의 인기는 해외시장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우환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2011)을 시작으로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2014),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2016),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2018), 프랑스 퐁피두센터 메츠(2019)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잇달아 초대되며 월드스타 대열에 올랐다. 2010년 일본 나오시마 이우환 미술관 개관에 이어 2022년에는 프랑스 아를 지방에 새로운 전시 공간의 개관도 앞두고 있다.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에서 2006년에는 낙찰 작품이 3점에 불과했지만 2010년 8점, 2014년 19점, 2106년 25점으로 급증했다. 2014년 11월 소더비가 뉴욕에서 연 ‘현대미술 이브닝 경매’에서는 이우환 작품 ‘선으로부터’가 216만5000달러(약 23억7000만원)에 팔려 자신의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미술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우환 그림의 ‘몸값’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장샤오강, 일본의 나라 요시토모, 구사마 야요이 등 다른 아시아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당 10억~25억원 선에 거래되는 점에서 볼 때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위작 시비가 본격화된 2016년에는 낙찰총액(95억원)이 단색화가 박서보(112억원), 정상화(108억원)에게도 밀렸지만 2017년부터 다시 두 작가를 제치며 제자리를 찾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