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진 '미술품 유통법', 규제보다 진흥에 비중 둬야"
“미술품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아트 라이프’ 시대가 활짝 열렸는데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네요. 미술품 거래 1차 시장을 책임지는 화랑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바로 세워 작가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 겁니다.”

최웅철 신임 한국화랑협회 회장(59·사진)은 “지난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 ‘예술가의 초상’이 9030만달러(약 1019억원)에 팔리는 등 해외 시장은 활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만 불황에 빠져 있어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12일 전국 143개 화랑 연합단체인 한국화랑협회 19대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선거 없이 추대 형식으로 당선됐다. 웅갤러리 대표인 그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경희대와 파리 제8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8년부터 32년째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당장 주어진 과제는 침체된 시장의 활성화다. 최 회장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여러 악재가 쏟아질수록 화랑업계의 체질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며 “합리적인 가격 구조 정착, 미술정책 대안 연구,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예술의 사회적 기능 제고 등 화랑 문화의 개혁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 계류 중인 ‘미술품 유통법’에 대해 “규제보다는 진흥에 비중을 둬야 한다”며 일부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정부가 시장 건전화를 위해 ‘유통법’을 내놓았지만 정작 미술시장 활성화 대책은 없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화랑업계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기획재정부가 지난달부터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을 화랑까지 확대한 데 대해 “순수예술인 미술품 거래에까지 현금영수증 발행을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재고 필요성을 언급했다. 고가 미술품의 주 수요자인 ‘큰손 컬렉터’의 상당수가 신분 노출을 꺼려 아예 수집을 포기해 시장 위축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법을 고쳐 미술품을 세금으로 낼 수 있는 새로운 기부 시스템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최 회장은 “정부는 기업의 미술품 구매에 대해 손금산입이 가능한 금액을 1000만원으로 조정했지만, 이 금액은 기업이 미술품을 구매하는 비중을 봤을 때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상향 조정해 기업의 미술문화 확산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