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담 씨가 28일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의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 ‘우리들의 축제’를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서양화가 이담 씨가 28일 서울 중림동 한경갤러리의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 ‘우리들의 축제’를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아이들이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한다. 도시의 건물 사이로 부유하듯 날아다니기도 한다. 서로 겹치고 충돌하지만 얼굴과 몸짓의 리듬감은 가벼운 색채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낳는다. 서양화가 이담 씨(47)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활기찬 에너지가 샘솟아 몸을 들썩이게 된다.

이씨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2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한남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씨는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에서 영감을 얻어 자유로이 뛰놀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일상을 캐릭터 형태의 미학 언어로 되살리는 작가다. 초창기에 풍경과 구상화에 매달리다가 2008년부터 ‘동심의 작가’로 방향을 틀었다.

‘축제’를 주제로 다음달 1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어린이, 자전거를 타는 꼬마, 해맑은 미소를 짓는 소녀, 나팔을 부는 아이, 꽃밭에서 뛰노는 아이 등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를 녹여낸 ‘우리들의 축제’ 시리즈 근작 20여 점을 걸었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이씨는 “마음속 깊이 파동을 남기는 동심이 작품의 모티브”라며 “육중한 교육의 무게에 짓눌려 사는 아이들이 품고 있는 ‘행복 바이러스’를 그림으로 퍼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무작정 애들이 좋아서 그립니다. 어린 시절 추억의 편린을 ‘기억의 보물창고’에 담아뒀다가 하나하나 꺼내 그리고 있어요.”

그의 작품에서는 동화적 판타지를 돋보이게 해주는 음악적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반드시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음악이야말로 캔버스란 제한된 공간에서 동심을 묘사하는 데 여운과 흥을 돋우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보고 느끼고 생각한 지각의 체험을 붓의 속도감과 음악적 리듬감을 통해 표현한다.

실제 그는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 케니지의 색소폰 연주 소리를 들으며 노을빛에 물든 도심의 아이들을 떠올리고, 베토벤 ‘전원’ 교향곡의 선율에서는 둥근 보름달 아래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변주한다. 또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의 운치를 채집하고, 황병기의 가야금 선율에서는 매화의 향기를 화폭에 불러들인다.

음악과 동심에 자신을 가둬 진정한 자유인이 됐다는 이씨는 자신의 작업을 “큰 맥락에서 어른과 아이들의 관계 맺기 방식”이라며 “많은 사람이 행복과 희망을 맛볼 수 있는 전시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