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옥션이 26일까지 여는 자선+프리미엄 경매에 출품된 도상봉의 작품 ‘라일락’.
K옥션이 26일까지 여는 자선+프리미엄 경매에 출품된 도상봉의 작품 ‘라일락’.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한 차례씩 꾸준히 자선 경매를 열어왔다. 미술 애호가와 투자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의 중요성을 간파해서다. 그동안 자선 경매를 통해 조성한 기금만 20억원에 달한다. 한국메세나협회에 전액 기부해 저소득층 미술영재 교육 프로그램 ‘K옥션 주니어 아티스트’와 다양한 문화예술 사회공헌 사업에 썼다. 올해부터는 경매 횟수를 연 6회로 늘려 기업 및 문화예술단체, 자선단체와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K옥션이 올해 마지막 ‘자선+프리미엄’ 온라인 경매를 오는 26일까지 열어 국제사회의 빈곤과 불평등 퇴치 운동을 벌이는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 기금 마련에 나선다. K옥션은 월드비전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탤런트 이광기가 참가한 이번 경매에 자선 아이템 67점과 고가 미술품 246점을 합쳐 모두 300여 점(30억원 상당)을 내놨다. 미술 애호가의 저변 확대를 위해 그림값을 시중보다 50% 정도 낮췄다. 자선 경매로 조성된 기금은 월드비전을 통해 아이티와 긴급구호 현장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유명화가 그림 반값에 구입 찬스

마감을 이틀 앞둔 자선 경매에는 화가와 미술 애호가들이 기증한 작품이 시중의 절반 가격으로 나와 있다. 극사실주의 화가 주태석의 20호 크기 작품이 400만원에 입찰을 시작하고, 이이남의 ‘김홍도 묵죽도’(400만원), 윤병락의 ‘가을향기’(500만원), 하태임의 색띠 추상화(250만원), 문형태의 ‘갈증’(130만원)을 비롯해 정보원 김경민 찰스장 아트놈 송지연 김은혜 이인성 감성빈 박지만 등의 작품도 대폭 할인한 가격에 경매한다.

파주아트벙커협동조합이 내놓은 최영욱의 백자달항아리 그림(300만원), 갤러리 조은이 기부한 석철주의 홍매화 그림(80만원)도 경매에 부친다. 개성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저가에 출품된 만큼 치열한 응찰 경합이 예상된다.

그림 구입이 다소 부담스러운 젊은이들을 위한 경매 아이템도 있다. 이광기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권(50만원)을 비롯해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가 쾌척한 친필 사인앨범(1만원), 쌤소나이트가 화가 권기수와 협업해 제작한 여행용 가방 두 개(9만원), 대한항공에서 기증한 인천~덴파사르 발리 왕복항공권 2매(10만원), 김남희 작가의 식기 세트(60만원) 등이 눈길을 끈다.

대가들의 작품도 온라인 경매

자선 경매와 함께 열리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에는 박수근 도상봉 천경자 이대원 장욱진 김종학 박서보 등 근·현대미술 대가의 작품은 물론 해외 미술품과 도자기, 고서화, 고악기, 명품 시계 등이 줄줄이 나와 그 결과가 주목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색화가 박서보의 1985년 작 ‘묘법 No. 204-85’이다. 어린 아들의 휘갈긴 낙서에서 영감받은 이 그림은 수많은 선을 색칠한 뒤 지그재그로 긁어낸 게 흥미롭다. 경매 시작가는 2억6000만원.

‘라일락 화가’ 도상봉의 정물화, 80대 원로 작가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 ‘동심의 화가’ 장욱진의 작품, 남관·이성자·정창섭의 추상화, ‘청바지 작가’ 최소영, 권기수, 김동유, 백현진 등의 작품도 비교적 싼 가격에 입찰 경합을 벌인다.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고미술품도 애호가를 기다린다. 백자달항아리, 백자청화사군자문사각병, 백자철화초화문호, 분청사기상감연화문장군, 백자무릎연적 등 희귀한 도자기들이 눈에 띈다. 해외 미술품으로는 야요이 구사마, 데미언 허스트, 호안 미로 등의 판화 작품이 나와 있다. 또 고악기 11점을 출품해 악기 애호가들의 투자심리를 노린다. K옥션 홈페이지에 접속해 등록하면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24시간 응찰할 수 있다. 26일 오후 4시부터 10점씩 5분 간격으로 마감한다.

도현순 K옥션 대표는 “최근 경제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이웃을 사랑하는 화가와 단체들의 기부가 이어져 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며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 미술가와 컬렉터들의 가교 역할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