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의 본사에선 중역회의를 할 때마다 꼭 자리를 하나 비워둔다. 고객이 그 자리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며 회의를 한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늘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책마을] 잘 나가는 기업 살펴보니…고객 하나하나 '취향 저격'
이 고민은 고객의 취향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이터 구축으로 이어졌다. 아마존은 다른 기업에 비해 훨씬 앞선 1996년부터 이런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때 아마존은 고객이 구매한 책과 리뷰를 분석해 고객의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하는 ‘북매치’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점차 전자책을 읽는 사람이 늘어나자 ‘많이 팔린 책’뿐만 아니라 ‘많이 읽은 책’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달리 독자들이 어떤 책을 어디까지 읽다가 멈췄는지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독자들이 진짜로 많이 읽은 책을 추천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큰 효과를 거뒀고 아마존의 새로운 성장 발판이 됐다.

《끌리는 것들의 비밀》은 사고 싶은 물건, 머물고 싶은 공간에 담긴 비밀을 소개하며 기업들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윤정원 한양대 경영교육원 FIT(Future, Innovation&Transformation) 센터장이다. GS칼텍스, 현대엔지니어링, 하나금융그룹 등 기업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과 교육을 하고 있다.

영국 향수 브랜드 ‘조 말론’이 많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도 개개인의 취향에 다가갔기 때문이다. 조 말론의 매장엔 ‘스타일리스트’라는 명칭의 직원이 있다. 이 직원은 고객이 여러 향수를 조합해 자신만의 향을 만들도록 도와준다. 최근 고객들은 유행을 따라 무조건 명품 향수를 뿌리려 하지 않는다. 같은 제품을 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만의 이미지를 표현할 향을 찾고 싶어한다. 조 말론은 이런 잠재 욕구를 한껏 끌어내 활용했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책은 사지 않지만 북카페나 독서 모임에 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놓는 것보다 분위기 좋은 북카페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다른 사람과 느낀 바를 나누고 공감하는 걸 즐긴다. 교보문고를 비롯한 많은 서점이 책을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책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이런 사람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저자는 말한다. “고객의 마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깊이 이해하고 고객에게 끌림을 주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회사 제품에 고객이 여전히 끌리는지, 경쟁사보다 매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