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 대표 "대본·음악만 수출하는 스몰 라이선스 통했죠"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화려한 쇼뮤지컬이 아니다. 작은 공연장에 올리는 소규모 작품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중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뮤지컬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팬레터’ ‘총각네 야채가게’ ‘마이 버킷 리스트’에 이어 ‘랭보’까지 2013년부터 창작 뮤지컬을 잇달아 수출하고 있는 뮤지컬 제작사 라이브 얘기다. 서울 대학로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강병원 라이브 대표(사진)는 “보편적 감성을 담은 스토리로 다가간 게 효과를 낸 것 같다”며 “아시아 뮤지컬계 관계자들이 작품의 대본과 음악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무대에 올리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강 대표는 공연 쪽과 꾸준히 인연을 맺어오다 2011년 라이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사무실은 뮤지컬 제작사 사옥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에 마련했다. 아시아 관계자들이 모여들면서 한국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이용되던 한옥을 사무실로 꾸몄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수출의 신호탄이 됐다. 꿈을 향한 청춘의 열정과 노력을 담은 이 작품은 중국과 일본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마이 버킷 리스트’ 역시 시한부 환자의 마지막 소망인 장례식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아 중국, 일본에 판매됐다. 2016년 초연과 동시에 국내에서 매진을 기록한 ‘팬레터’는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이상, 김유정 등 1930년대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을 담았다. 이 작품은 국내 뮤지컬 최초로 올해 대만 무대에 올랐다.

인류 보편적인 줄거리에 새로운 전략을 더했다. 바로 ‘스몰 라이선스’ 판매다. “원작의 내용부터 무대 구성, 조명까지 그대로 판매하는 레플리카 방식이 아니라 대본과 음악만 판매하는 스몰 라이선스 방식으로 주로 진행합니다. 현지에서 충분히 가공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함께 아이디어를 짜내 합작다운 합작을 하는 거죠.”

한 걸음 더 나아가 기획 단계부터 한·중·일 동시 개막을 추진했다. 지난 23일부터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랭보’가 그렇다. 이 작품은 프랑스 시인 랭보의 삶을 다룬다. 뮤지컬 최초로 한·중·일 3국에서 같이 무대에 올린다. 중국에선 다음달 선보이며, 일본 공연은 논의 중이다. “대개는 한국에서 먼저 작품을 선보이고 다른 나라 진출을 고민합니다. 이런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해외 제작사들과 함께 기획해 동시다발적으로 흥행하고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인 제작사들과 달리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도 펼친다. 강 대표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만큼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뮤지컬, 영화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하는 것이다. ‘마이 버킷 리스트’는 중국에서 영화로 기획·개발 중이며 ‘팬레터’는 시나리오 초고 작업까지 진행했다. “확장성이 있는 소재를 꾸준히 발굴하고 있습니다. 일회성에 머물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레퍼토리화할 생각입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