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진화론과 창조론은 공존 가능하다
창조론자들은 인류를 자연과 분리해 사유한다. 인간이란 특별한 존재를 다른 생명체와 함께 취급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진화론 지지자들은 인간도 다른 생명체들과 깊이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상반된 주장이다. 하지만 진화를 연구할수록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 비해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과 종교는 우주의 본질과 우주 속 인간의 위치를 이해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다.

《인간의 본능》은 가톨릭 신자이면서 창조론의 허점을 지적해온 저자가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것과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 양립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는 해설서다. 종교와 인문학, 과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사례를 곁들여 논지를 펼친다. 저자는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한 결과 진화론 자체의 불합리성 때문이라기보다는 인간이 하등동물과 기원이 같아서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예술, 자유의지 같은 인간의 본성이 진화 과정의 부산물이란 주장에도 거부감을 갖는다.

그러나 진화를 연구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의 세계에서 인간 같은 존재는 없었다. 진화론의 창시자 다윈도 사망하기 1년 전 우주가 그저 우연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과연 하등동물에서 발달해 나온 인간의 정신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궁금해했다. 인간의 출현이 이 행성과 우주 그 자체를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종교계 주장은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냉철하고 합리적인 평가와 일치한다. (케네스 밀러 지음, 김성훈 옮김, 더난출판, 416쪽, 1만8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