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장이 오는 11월 무대에 올리는 ‘쓰리 스트라빈스키’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장이 오는 11월 무대에 올리는 ‘쓰리 스트라빈스키’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국내 공연시장에서 무용 장르의 티켓 판매 비중은 2%대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현대무용은 가장 소외됐다. 초청장을 줘도 난해하다는 선입견 때문에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런 국내 현대무용 시장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국립현대무용단이 선보인 세 작품(스윙, 스웨덴커넥션, 스텝업)의 객석점유율(전체 객석 중 관객이 들어온 객석 비율)이 100%를 기록한 것이다. 요즘 하는 말로 ‘완판(매진)’ 됐다. 공공 목적으로 배포되거나 평론가 등 일부 전문가에게 보낸 초청장을 제외하고 실제로 티켓을 판매한 유료점유율도 93.61%에 달했다. 지난해 객석점유율 92.95%, 유료점유율 81.49%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전엔 객석점유율이 80%대로 나와도 유료점유율이 60~70%에 머무르는 게 예사였다.

업계에선 ‘현대무용의 대중화가 시작됐다’는 기대섞인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인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장 겸 예술감독을 17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안 단장은 “현대무용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가장 앞섰다”며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원들과 함께 철저히 분석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더니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단장은 2016년 12월 취임한 이후 직접 많은 공연을 기획하고 관련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이 중 ‘쓰리 볼레로’는 지난해 무용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작품. 음악 자체를 몸짓으로 표현, 무용 애호가와 클래식 애호가를 동시에 끌어들이는 전략이 적중했다. 이 작품에선 세 명의 유명 무용수 김용걸, 김설진, 김보람이 각각 라벨의 춤곡 ‘볼레로’에 맞춰 춤을 춘다. “우리나라는 ‘가무의 나라’잖아요. 음악과 춤 모두를 좋아하죠. 두 요소가 다 있다면 관객이 더 즐겁게 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올해엔 오는 10월12~1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이 작품을 재연하는 데 이어, 11월30일~12월2일 같은 곳에서 ‘쓰리 스트라빈스키’를 선보인다. 스트라빈스키의 ‘아곤’ ‘봄의 제전’ ‘심포니 인 C’를 각각 김재덕과 안 단장, 정영두가 개성 넘치는 몸짓으로 표현한다. 안 단장은 토지 예찬을 주제로 그 의식을 이끄는 여성과 희생을 통해 영광을 실현하는 남성의 모습을 무용 ‘봄의 제전’에 담아낼 생각이다. 연주는 정치용 지휘자와 그가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정규 편성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이라 더욱 기대가 됩니다. 스트라빈스키 작품이 다소 도전적이긴 하지만 무용 애호가뿐만 아니라 음악 애호가들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겁니다.”

‘팝업 스테이지’라는 이색적인 마케팅도 안 단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팝업 스테이지는 다음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예고편 형식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매 공연 중간 쉬는 시간이나 공연을 마친 뒤 5~10분 분량으로 선보였다. “쓰리 볼레로도 다른 공연 때 김용걸 선생님 등 세 분의 무용수를 전부 팝업 스테이지에 올려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모두 국내외 일정으로 굉장히 바쁘신데도 현대무용을 알리는 일에 적극 나서주셨죠.”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미래 잠재 관객인 아이들이 자라면서 예술을 경험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인 것에만 둘러싸인 아이들이 예술을 더욱 가깝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