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남자의 사랑은 허공에 날아가고
멋지게 차려입은 한 남성이 만돌린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그의 곁에 선 여인은 관심이 없다는 듯 다른 곳을 바라본다. 두 사람 사이로 ‘에덴’이란 간판의 건물이 보이는데, 그려 넣은 것이다. 인물들의 복장은 옛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복고풍이다. 이 특이한 사진은 이탈리아 사진가 파올로 벤투라의 작품인데, 남자가 여인에게 온갖 구애 공세를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6장의 연작 사진 ‘여행가방 속의 남자’ 가운데 하나다. 남자는 여자와의 ‘에덴’을 꿈꾸지만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상징을 담고 있다. 벤투라는 줄거리를 구상한 뒤 그에 맞는 오브제와 그림으로 공간을 꾸미고 모델을 분장시켜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동강국제사진제 국제주제전 전시작)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