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피카소 '해변을 달리는 두 여인'
스페인 남부 말라가 출신으로 1900년 파리에 입성한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1917년 세 번째 여인이자 첫 번째 부인 올가 호흘로바를 로마에서 만났다. 러시아 장성의 딸인 올가는 당시 프랑스 문인 장 콕토의 발레 ‘퍼레이드’에 출연한 발레리나였다. 피카소가 이 공연의 무대연출을 맡으면서 둘은 사랑에 빠졌다. 야생마같이 자유로웠던 피카소는 올가와 결혼한 뒤 가정에 충실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절대미와 완벽한 균형을 추구한 고전주의 화풍에 젖어들었다.

1922년 장 콕토의 요청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17세기 고전주의 미학을 응용한 걸작이다. 러시아 발레리나에게서 영감을 받아 육중한 두 여인이 해변을 달리는 모습을 청량한 터치로 잡아냈다. 머리를 젖히고 질주하는 왼쪽 여인의 동작은 비례와 균형감을 중시하면서도 운동감을 더 강조해 풍부한 역동성을 살려냈다.

고개를 돌리고 있는 오른쪽 여인 역시 팔의 신체적 비례감을 무너뜨렸다. 실제 팔보다 더 길고 굵게 묘사해 질주의 쾌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고전주의 회화에 감춰진 율동감을 드러내 자기만의 독창적인 화풍으로 소화해낸 게 흥미롭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