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잡는 일.’

장인수 전 오비맥주 부회장이 내린 ‘영업’에 대한 정의다. 상업고등학교를 나와 30년 넘게 영업의 길을 걸어온 그가 신간 《진심을 팝니다》를 통해 자신만의 비결을 풀어냈다.

[책마을] "손해 입는 것처럼 보여야 성공적 영업이 가능하다"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저자의 이름 앞에는 ‘고신영달’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고졸 신화, 영업 달인’을 줄인 말이다. 최종 학력은 고졸, 따로 경영이나 마케팅을 배운 적도 없었다. 1980년 고졸 영업사원 공채를 통해 말단 사원으로 진로에 입사했고 30년간 영업 현장을 누볐다. 2010년에는 오비맥주 영업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됐지만 회사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한때 국산 맥주의 대명사였던 오비맥주는 1990년대 후반 시장 2위로 내려앉았다. 2009년에는 1위와 시장점유율 격차가 15%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그해 외국계 사모펀드가 오비맥주를 인수해 경영하기 시작했지만 저자는 영어를 못했다.

모두가 고개를 저었던 상황에서 회사 영업을 총괄하게 된 저자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2011년 3분기를 기점으로 순위를 뒤집어 놓았고 다시 넘보지 못하도록 1위 자리를 다졌다. 영업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경영에 접목했다. 기본에서 생각하고 신뢰를 중시했다. 고객을 대하듯 직원들을 이끌었다. 영업 전문가인 저자가 사장이 된 뒤 생산직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임원회의에서 모든 생산직 직원을 30명 단위로 나눠 릴레이 간담회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잠깐 얼굴을 비치는 게 아니라 퇴근 후 근처 식당에서 회식을 하면서 술도 한잔씩 하겠다고 했다. 임원들은 ‘무리한 일정’이라며 반대했지만 저자는 강행했다. 36차례 저녁 술자리를 통해 800여 명의 생산직 직원을 만났다. 저자는 “훌륭한 영업직원이 고객에게 나를 팔 듯이 조직 내에서 훌륭한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나를 팔 수 있어야 한다”며 “그 간담회를 통해 살아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냥꾼이 되지 말고 농사꾼이 되어야 한다’ ‘대접받는 곳보다 읍소해야 할 곳으로 가라’ ‘1등을 따라 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손해 보는 것처럼 보이는 관계가 가장 성공적인 관계’ 등 각 장의 소제목 자체가 살아있는 지침이다. 저자는 학력, 언어를 넘어선 실력의 기반으로, 자신을 따른 직원들과 믿음을 준 주주들 외에 ‘을의 미학’을 꼽았다. 가진 자들의 ‘갑질 추태’가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요즘, “갑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은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을의 자리에서 모든 일에 진심을 담았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저자의 조언이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