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月 15억명 보는 유튜브… 세상 바꾼 '콘텐츠 혁명'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해리포터’ ‘배트맨’도 유튜브에선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톰과 제리’다. 주인공이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사가 없어 번역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재미있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면 해리포터, 배트맨처럼 화려한 영상과 빼어난 내러티브가 있는 작품도 거뜬하게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이 유튜브에선 기존 콘텐츠의 성공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코끼리의 긴 코만 찍어대는 19초짜리 저화질 영상이 큰 인기를 얻기도 한다. ‘사나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어필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레볼루션》은 매달 15억 명 이상이 즐기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이뤄 낸 많은 미디어 변화를 다룬다. 저자는 유튜브에서 콘텐츠, 광고, 영업 등을 맡고 있는 로버트 킨슬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유튜브의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을 짜는 구글 수석작가 마니 페이반이다. 저자들은 “유튜브는 세계 각지에서 창작의 꿈을 키우는 수천만 명을 불러들이고 인간의 모든 역사를 결집시키는 기록 저장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유튜브의 시작은 어땠을까. 유튜브는 2005년 출범 당시 이런 슬로건을 내걸었다. “Broadcast Yourself!(당신을 방송하세요!)” 이 문구를 본 수백만 명의 사람이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자신이 사는 세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건 아니다. 다양한 콘텐츠가 모이긴 했지만 초기 유튜브는 괴팍하게까지 느껴지는 플랫폼이었다. 유튜브 메인 화면에 어떤 영상이 올라올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일회성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끌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특히 ‘너드(Nerd: 한 분야에만 깊이 몰두하는 사람)’들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들은 기존 시장에선 소외돼 왔고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너드는 너무 좋아서 참을 수 없다는 듯 의자 위에서 껑충껑충 뛰는 식의 사람들이다. 보통은 ‘그거 좀 좋아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그건 너드에 대한 모욕이다. 너드는 ‘인류의 의식이 이뤄 낸 기적에 큰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과 같은 말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기존 연예인 같은 유명 인사들과 다르다. 저자들은 오히려 기업인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처음엔 친구와 가족 응원 속에 시작한다. 성장과 발전 과정에서 입소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힘을 빌려 지지층을 넓힌다. 이후 비즈니스에 재투자해 더욱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며 수익을 창출하는 지점에 이른다.

유튜브는 창작자를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물론 광고시장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영상을 클릭하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광고를 건너뛸 수 있는 ‘트루뷰(True View)’ 기능을 도입한 것이다. 콘텐츠가 나오는 도중에 광고 영상이 들어가길 원하는 광고주들이 처음엔 크게 반발했지만 특정 분야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광고를 배치하면서 오히려 단시간에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트루뷰는 정교한 시청자 분석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표적형 광고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튜브는 미래에 TV를 대체할까. 많은 사람이 이를 점친다. 하지만 저자들은 강조한다. “유튜브는 차세대 HBO(미국 유명 케이블 채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유튜브의 미래는 세상에 아직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그 무엇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