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울역사서 '개성공단'展…임흥순·정정엽 등 참여
"지금은 '반쪽' 전시…개성에서도 열렸으면"
29개월째 닫힌 개성공단, 예술가들이 열어젖히다
한반도 정세가 어지럽던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문이 닫혔다.

개성공단은 2003년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 이듬해 첫 제품을 생산한 이래 10여 년간 남북 경제협력 상징이자 긴장의 완충지대였다.

불이 꺼진 공단은 북한 핵·미사일 자금줄을 의심하는 싸늘한 시선들과 마주해야만 했다.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서 29개월째 닫혀 있는 개성공단 문을 예술가들이 열어젖혔다.

6일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 284)에서 개막한 기획전 '개성공단'을 통해서다.

"문득 우리가 개성공단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봤어요.

경제 효과, 혹은 정치적 판단 정도밖에 없더라고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북 사람들이 일상을 공유하며 살았다는데 그곳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계리 홍익대 융합예술연구센터 연구교수)
개성공단 폐쇄 결정 소식이 들려왔을 즈음부터, 박계리 교수와 여러 작가는 머리를 맞댔다.

개성공단 관련 자료와 기록을 찾고, 그곳에 머무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29개월째 닫힌 개성공단, 예술가들이 열어젖히다
이들이 살펴본 개성공단은 사상 못지않게 다양한 욕망이 공존하는 무대였다.

"군부대가 뒤로 밀려나고 만들어진 빈 땅에 모여 규칙을 만들고, 건물을 만들고, 물건을 만들고, 문화를 만들었던" 개성인들은 어떠한 점에서는 '평화를 만들어간 예술가'이기도 했다.

김봉학프로덕션, 무늬만커뮤니티, 양아치, 유수, 이부록, 이예승, 임흥순, 제인 진 카이젠, 정정엽, 최원준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지난 10여 년간 개성을 거쳐 간 이들을 오마주하는 자리다.

2층 복도 천장에 걸린 정정엽 '정상 출근'은 4m 길이 쉬폰 천에 출근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을 먹으로 그린 연작이다.

작가는 간담회에서 "개성공단 출근 영상을 보고 노동의 열의를 느꼈다"라면서 "북한을 비정상국가라고만 하는데 사람들이 정상 출근하는 국가라는 점을 설명하고 개성 노동자도 곧 정상 출근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명을 지었다"고 말했다.

북측 노동자에게 제공된 '로동보조물자' 중 막대커피(커피믹스)를 음용하는 가상의 커피점 '로보다방'도 흥미롭다.

이부록 작가는 카페 안에 수십 대의 미싱 테이블을 설치했다.

이 미싱 테이블은 개성공단을 떠받친 노동의 흔적이자, 남북 양쪽이 언젠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공단의 잃어버린 시간을 논의할 테이블을 상징한다.

임흥순 감독은 '북한'산 '형제'봉을 무대로, 기업인들이 2016년 개성공단 기업 정상화를 염원하며 벌인 장례 퍼포먼스를 재현했다.

그는 영상 '형제봉 가는 길'에 대해 "2채널 영상이 서로 등져 있어 한 번에 볼 수 없다"라면서 "북한에서 전시된다면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형태 스크린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년여간 전시를 준비한 작가들은 "이번 전시는 '반쪽' 전시"라면서 개성에서도 전시가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전시는 9월 2일까지. ☎ 02-3407-3500.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