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국 성장동력 되찾으려면 다시 국부론 펼쳐야"
“우리가 저녁상을 차릴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 양조업자, 제빵업자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마음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하는 것이며,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에 호소하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의 원리를 설명한 이 유명한 말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1776년 출간한 저서 《국부론》에서 언급한 것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스미스는 글래스고대에서 교수로 일했다. 40세가 되자 교수직을 사임하고 한 귀족의 개인교수가 돼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볼테르 등 유명 인사를 만나고 사상을 교류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국부론》을 집필하기 시작해 10년 만에 완성했다.

《국부론》은 국가 번영에 관한 저서다. 스미스는 국부의 본질은 생산과 교환에 있다고 주장했다. 국부를 늘리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제안했다. 이는 국가의 간섭 없는 노동, 자본, 화폐, 재화의 자유로운 이동을 의미한다. 스미스는 경제적 자유는 더 나은 물질적 생활뿐만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한다고 했다. 《국부론》은 경제학을 넘어 정치, 사회학까지 담은 사상의 보고다.

《국부론》은 원래 75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다. 게다가 문장이 복잡하고 현대 영어가 아니어서 읽기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했다. 《한 권으로 읽는 국부론》은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일반인이 읽기 쉽게 발췌·번역한 책이다. 전체의 3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국부론의 핵심 내용이 다 들어 있다. 안 교수는 역자 서문에서 “한국의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는 것은 개인들의 경제적 자유가 많이 훼손됐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성장동력을 되찾고 부강한 나라가 되는 길이 국부론에 있다”고 말한다.

스미스는 먼저 고대 수렵사회부터 인간의 경제활동을 살펴보며, 노동생산성 향상의 원인과 생산물이 배분되는 질서를 분석한다. 분업의 발달이 노동 생산력을 최대로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국부를 증대시킨다고 여겨지던 두 정치·경제 체제인 중상주의와 중농주의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국가 주도로 상업이나 농업을 장려하는 제도는 그대로 두면 자연히 투입됐을 자본 유입을 오히려 위축시킨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자기들이 선호하는 산업 부문을 망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반면 특정 산업을 장려하거나 제한하는 제도가 완전히 철폐되면 ‘자연적 자유 제도’가 저절로 수립된다고 스미스는 말한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자신의 방식대로 이익을 추구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그들이 의도치 않은 목적을 이루게 된다는 것.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사회 이익을 증진하려고 의도할 때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회 이익을 증진할 때가 많다는 얘기다.

250년 뒤 현대의 무역 분쟁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스미스는 무역수지가 불리한 국가로부터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 결코 국가에 이롭지 않다는 점도 지적한다. 무역을 통해 부유해지고자 하는 국가는 주변국이 모두 부유하고 근면하며 상업적인 국가일 때 목적을 이룰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스미스가 국부 증진을 위해서 보편적 교육을 주장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문명화된 상업사회라면 국가는 지위나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교육보다 일반 사람들의 교육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지식과 독창성과 창의성을 갖고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것이 사회의 건강한 질서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말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