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에 퍼진 핑크빛 휴식… 커피에 숨은 '봄'을 찾아내다
화사한 봄날. 빌딩으로 가득한 하늘, 작은 분홍 꽃잎 하나가 깃털처럼 내린다. 고운 바이올린 선율이 봄의 기운을 더한다. 벚꽃이 만발한다.

봄바람에 온 세상이 꽃잎으로 가득 찬다. 온통 핑크빛 세상이다. 향기가 진동한다. 바이올린이 화사하고 경쾌하게 춤을 춘다. 빌딩 숲을 날아다니는 꽃잎들, 커피잔을 들고 있는 여인.

빌딩 숲에 퍼진 핑크빛 휴식… 커피에 숨은 '봄'을 찾아내다
이들은 광고의 배경이다. 모나리자의 미소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경이 어스름한 숲인 것과 같은 이치다. 향기가 진동하는 핑크빛 세상을 배경으로 잘생긴, 아니 편안한 느낌을 주는 남자의 독백이 이어진다.

“봄은 바람을 부르고, 바람은 향기를, 향기는 커피를 부릅니다. 카누가 있어 봄이 한 번 더 좋아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카누.”

화면 가득 진한 커피 방울이 떨어지면 벚꽃이 흩날린다. ‘카누가 있어 봄이 한 번 더 좋아집니다.’ 광고가 스치고 난 뒤 의식 속에 남아 있는 이미지는 카누의 단골 모델 공유의 부드러움과 분홍 꽃잎이다. 광고는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는다.

커피가 그리울 때, 뇌는 무의식 속 파일을 연다. 바이올린의 감미로운 트릴음과 함께 화사한 장면이 떠오른다. 음악이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시청각 광고의 구색으로서 음악이 아니다. 이 점에서 성공적이다. 올 들어 제작된 광고 가운데 음악 부분에 최고 점수를 준다.

또 하나의 장치는 ‘도심’이다. 도심에서 바쁜 일과를 보내는 공유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 속에서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점이 이미지로 드러난다. 그 휴식은 ‘핑크향이 감도는 향기로운 카누 스프링 블렌드 아메리카노’라는 등식이다.

우리는 일을 통해 이상향으로 향해 간다. 빌딩 숲은 고달픔과 이상향의 이중구조로 돼 있다.

광고는 서울 여의도쯤으로 보이는 도심 속 복잡한 현대인의 생활에 ‘카누 스프링 블렌드 아메리카노’라는 이상향이 있다고 암시한다. 반전이다. ‘바쁜 일과와 만발한 꽃잎’이라는 상반된 이미지의 교차, 결국 커피잔을 든 여인을 통해 휴식으로 귀결된다.

모두가 바리스타인 세상이다. 우리는 밥보다 커피를 더 많이 먹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에는 커피를 ‘탄다’고 하지 않는다. ‘내린다’고 한다.

원두커피, 이른바 ‘내리는 커피’와 인스턴트 커피 즉 ‘타 먹는 커피’와는 상반된 개념이다. 이 개념이 카누에 이르러서는 통하지 않는다. ‘요만큼’을 타도 충분히 진한 원두향이 나오는 묘한 제품이 아닌가. 티 스푼으로 휘젓는데도 내린 커피 맛이 난다.

2011년 이후 커피 애호가들의 기호가 높아지며 사랑받아온 제품. 계절마다 새로운 브랜드를 한정판으로 선보인다. 2018년 봄에는 ‘카누 스프링 블렌드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봄과 커피 향기의 매칭’, 쉽지 않은 문제다. ‘가을과 커피’라면 멋진 아이디어가 치고 올라올 것 같지 않은가.

그러나 ‘분홍 꽃잎 향기’를 넣었다. 커피와 언뜻 연결되지 않을 것 같지만 선명한 대비를 통해 커피 이미지가 강력해졌다.

요즘 광고는 호흡이 빨라야 살아남는다. 빠른 호흡과 서사적인 정서는 상반된 감성이다. 빠른 호흡에 서사를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커피는 휴식을 의미한다. 서사적이다. 빠른 호흡과 서정을 아우르고 30초라는 광고의 숙명에도 살아남아야 한다.

한동안 헤이즐넛과 아이리시 커피가 신비로운 초콜릿 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는 커피 향이 아니었다. 질 낮은 커피를 향신료를 통해 부활시킨 단순한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카누는 진짜 과일 향과 꽃향기가 나는 에티오피아산 원두를 사용했다. 라이트 로스팅을 통해 향기를 최대한 추출했다. 커피에 숨어 있는 봄을 찾아낸 것이다. 영상 편집 역시 매우 깔끔하다. 도입부는 편안하지만 강렬하다.

단아하게 욕심내지 않고 잘 만든 광고다.

김진묵 문화평론가